[이데일리 김도년 정다슬 기자] “크라우드펀딩 법안 통과 못시키면 짐 쌀 각오 하라”
정부는 간절했지만, 정치는 냉정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크라우드펀딩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전력투구하라고 실무진에게 주문했지만,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선 논의 조차 되지 않았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소액투자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보고 될성부른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창조경제 핵심 정책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의 간절함을 역으로 이용한 듯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들고 나왔다. 전 금융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금융 공공성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야당이 밀어 붙이고 있는 이 법안을 여당이 통과하는 데 합의하면 크라우드펀딩 도입 법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정략적 제안을 하고 나섰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와 여당이 제안한 크라우드펀딩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한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기부나 후원형이 아닌 투자형이기 때문에 견고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기 전에는 도입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또 투자를 가장한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형적 형태의 크라우드펀딩 사업자들이 출현할 가능성에 대한 안전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
정부도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선 동의한다. 먼저 크라우드펀딩 도입 법안에 통과되면 경쟁 공모 등으로 전문성을 갖춘 크라우드펀딩 중앙기록관리기관을 선정하고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 등록 요건, 크라우드펀딩 증권 발행 시 세부 공시사항, 증권 발행 한도 등 제반 규정을 6개월 안에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을 강조하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창조경제 정책의 첫 단추로 이 제도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벤처기업 성장 단계별로 ‘크라우드펀딩 시장→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자본시장 구조를 갖추고 성장사다리펀드를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마중물로 삼겠다는 게 정부가 구상하는 창조금융 정책의 밑그림이다.
여야는 이번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크라우드펀딩 관련 법안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다음달 임시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국회 지적에 따라 정부도 관련 대책을 좀 더 보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