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오는 6월까지로 예정됐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며 증권가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매도 금지로 유동성 공급 등을 위한 대차거래도 크게 줄어들었고, 증권사의 펀드 수익률도 악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특히 이에 따른 인력 감축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10거래일 평균 주식 대차거래 잔고는 14억2777만주로 집계됐다. 공매도 금지 직후인 작년 11월5일 직전 10거래일 평균(20억6035만주)보다 30% 넘게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면서도 시장 충격과 적정가격 도출 등 순기능을 위해 시장조성자나 유동성 공급자(LP)에 한해서는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로 대차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던 ‘롱숏펀드’도 어려움 속에 허덕이고 있다. 롱숏펀드는 롱(매수) 포지션과 숏(매도) 포지션을 동시에 취하는 전략인 롱숏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다. 통상 롱은 저평가된 주식을 사들이고 숏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리는 차입 공매도를 활용한다. 일시적으로 공매도 대신 롱 포지션을 늘리거나 선물거래를 이용해 숏 전략을 대체할 수는 있지만, 제약이 걸린 상태에서 운용을 해 나가야 한. 증권사 관계자 A씨는 “롱숏펀드가 숏을 하기 위해선 공매도 전략이 필요하지만 공매도가 금지된 탓에 운용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자금조달 역시 어려워졌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교환사채(EB)를 사들일 때 헤지(위험회피) 차원에서 공매도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투자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오는 1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개인투자자들을 만나 공매도 제도개선을 논의할 예정으로 시장에서는 공매도의 순기능인 ‘가격 조정 기능’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관련 전산시스템 등 개선 제도를 갖출 때까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을 앞두고 일부 종목이 급등한 상황에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할 수 있는 만큼, 공매도의 기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증권사 트레이더 B씨는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의 수익률이 선방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증시에 비해서는 부족한 수준이며 조금만 지수가 흔들려도 브레이크 없는 하락이 예상된다”며 “현재 한국 증시에서는 하락장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수 있는 숏커버(재매수) 물량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증권업계 인력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대형 증권사에서 공매도 금지로 인해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PBS) 인력을 줄이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7월에도 금지가 풀리지 않는다면 슬슬 인력 감축 얘기도 나올 듯하다”고 언급했다.
금감원은 13일 이복현 원장 주재로 공매도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며 이 자리에는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와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등이 개인투자자 대표로 참석한다. 이 자리에 국내외 증권사 관계자들도 참석해 의견을 피력할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의 순기능도 있고, 운용사 입장에서는 운용전략 확대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공매도를 옹호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