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D-5, 모처럼 손님맞이에 들뜬 항저우[중국은 지금]

이명철 기자I 2023.09.18 16:54:25

코로나19 후 중국 최대 행사…개막 앞두고 16일 선수촌 열려
디지털·친환경·저비용 주제로 열려…대외 신뢰도 개선에 노력
시진핑, 외교무대로 활용할 듯…북한·대만 등 참석 여부 관심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오는 23일 중국 항저우시에서 개막하는 제19회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지난 16일 선수촌이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가장 먼저 체크인 한 중국을 비롯해 각국 선수단이 항저우로 모여들고 있다. 이달 8일 항저우시에서 출발한 아시안게임 성화는 여러 지역을 다닌 후 오는 20일 다시 돌아와 대회의 시작을 알릴 예정이다.

지난 7일 중국 항저우시에서 중국 시민들이 아시안게임 광고가 게시된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다. (사진=AFP)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외부와 단절했던 중국도 모처럼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이다. 경제 회복과 대외 관계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중국은 성공적인 대회 개체를 통해 대외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숙박·식사 기대 이상”…아이스크림 로봇도

중국 관영매체들은 17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경기장과 선수촌을 방문해 숙박·식사·교통시설 등을 둘러보고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현재 선수촌에는 중국에 이어 북한 선수단이 입촌했고 한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의 선수단도 속속 도착할 예정이다. 아시안게임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16일 하루에만 800명이 넘는 아시안게임 관계자가 항저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113만㎡ 면적에 달하는 선수촌은 선수촌·기술촌·미디어촌 등으로 구성되며 대회에 참여할 선수와 관계자 등 2만명 이상이 머물게 된다. 숙박·식사·교통 등 기본적인 것은 물론 의료·상업시설과 문화·기술 전시회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자율주행 기술을 장착한 ‘무인 아이스크림 차량’, 잔반 남기지 않기 등 활동을 통해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저탄소 계좌’, 원하는 선수들의 배지로 교환 가능한 ‘교환센터’ 등 선수촌의 신기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세단뛰기 은메달리스트인 주야밍은 신화통신에 “건물, 숙박, 식사 모두 선수촌은 기대 이상”이라며 “환경과 서비스가 탁월해 다가올 행사에 대해 더욱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디지털·저탄소 환경으로 꾸며진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중국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디지털 플랫폼에서 횃불을 나를 수 있는 ‘디지털 성화 봉송’을 추진하고 있는데 최근 참여자가 1억명을 돌파했다.

단순히 성화 봉송에 끝나지 않고 이용자 참여를 디지털 세계로 확장해 도시 탐사, 가상 관람 같은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중국 항저우시에서 성화 봉송을 시작한 지난 8일 한 성화 봉송 주자가 달리고 있다. (사진=AFP)


아시안게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녹색 전력을 경기장 상시 전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주된 발전원이며 예상되는 녹색 전력 거래량은 6억2100만㎾h로 추정된다. 이는 석탄 7만6000t을 태워서 얻을 수 있는 전력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은 폭죽으로도 유명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는 디지털 불꽃놀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샤사오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수석 감독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관객과 TV 시청자 앞에서 실제 못지않은 화려한 불꽃놀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많지만 경제 효과 커…대외관계 개선 기대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원래 지난해 열려야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됐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열리는 가장 큰 국제행사인 만큼 투자 규모가 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항저우에 기존 리모델링한 44개를 포함해 56개 경기장이 준비됐으며 대회·훈련장소 마련에 약 102억위안(약 1조8500억원)을 투입했다.

중국 항저우시에 위치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엔터스타디움 전경. (사진=AFP)


행사 총비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장성 통계국은 2016~2020년까지 아시안게임 행사 장소를 포함한 인프라에 2248억위안(약 40조83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 침체에 빠진 중국 입장에서는 막대한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고민도 깊다. 이에 이번 아시안게임의 주제 중 하나를 ‘절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우선 아시안게임 경기장 중 54개는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회의, 결혼식 등 상업적 이용을 지속해나가기로 확정했다. 아시안게임 후 방치되는 ‘유령 경기장’을 만들지 않기 위한 것이다. 선수촌에서 사용되는 아파트는 이미 주택 구입자들에게 사전 판매됐다. 다음달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절차를 거쳐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항저우와 인근 지역에서는 아시안게임 영향으로 소비와 여행이 크게 반등할 것으로도 보고 있다. 디지털 친환경 정책을 통한 비용 절약도 기대된다.

SCMP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대회 기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약 4141억위안(약 75조2800억원)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고 전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외교 무대로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서 지난 7월 청두에서 열린 제31회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석해 각국 수장들을 만난 적이 있다. 이보다 규모가 큰 아시안게임은 좀 더 활발한 외교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시안게임 참석을 위해 항저우를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부담스러운 점도 있다. 바로 대만의 참가 여부다. SCMP는 “대만은 올림픽기를 들고 팀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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