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붓거나 통증 있으면 하지정맥류?… 초음파로 판막 역류 확인해야

이순용 기자I 2023.02.01 14:46:06

실손보험 가입돼 있다고 치료비 1000만원 넘게 부르면 ‘오진’이나 ‘바가지’ 의심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2년 전 모 유력 매체가 하지정맥류 진단은 조작하기 쉬워 아무 증상도 없는 환자를 오진, 수술로 유도한다고 보도해 큰 파장을 불러온 바 있다. 따라서 상당한 지식을 갖고 진료를 받아야 과잉진료 또는 오진으로 인한 피해를 면할 수 있다.

우선 푸른 힘줄이 보인다고 무조건 시술이나 수술 대상은 아니다. 3기 이상 정맥류이거나, 하지정맥 혈액이 역류하는 시간이 0.5초 이상이거나, 심한 피부변색 또는 혈전이 동반된 환자는 시술이 권장된다. 하지정맥류는 푸른 힘줄이 세 줄기 이상 돌출되고 직경이 라면 면발과 비슷한 2~3㎜이면서 꼬불꼬불한 3기, 힘줄이 우동 면발 수준인 4~5㎜이면서 여러 개 뭉친 4기, 힘줄이 손가락 굵기인 5기로 분류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하지정맥 혈액이 역류하는 게 초음파 검사로 관찰되지 않는데도 시술이나 수술을 권하는 병원이 꽤 있다”며 “검사 결과를 일부러 조작하거나, 정상인데도 환자가 초음파를 판독할 수 없다는 약점을 이용해 ‘잠복성 하지정맥류’라고 둘러대면서 시술을 권한다”고 지적했다.

심 원장은 “하지정맥류 환자는 정맥판막이 늘어나거나 찢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역류가 계속해서 생길 수밖에 없다”며 “초음파 검사로 역류가 있으면 하지정맥류 양성, 없으면 음성”이라고 말했다.

정맥혈류의 역류 여부는 초음파 프로브(probe)를 피부에 대고 역류가 있는지 소리를 녹음한다. 이때 피검자는 소음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심 원장은 “초음파검사 소리가 개짖는 소리처럼 들리면 정상, 늑대울음 소리로 들리면 비정상”이라며 “개 짓는 소리는 하지정맥의 판막이 0.5초 이내에 닫히는 것을 의미하며, 늑대울음 소리는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 역류의 소리가 0.5초 이상으로 길게 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병원이라고 해서 더 진단을 잘 할 것이라는 오해에 가깝다. 대학병원은 초음파 기사가 검사를 사실상 도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검사시간이 길수록 검사결과의 정확도가 비례하는 게 아니다. 일반적으로 의사가 문진을 하고 그와 관련된 원인 정맥을 짚어낼 수 있느냐의 능력이 검사 시간을 좌우한다. 검사의 정확도는 의사의 경험과 양심에 달린 것이지, 검사 기기나 병원의 규모나 소요 시간과는 무관하다는 게 심 원장의 견해다.

시술 중 고주파나 레이저를 이용한 가열 방식의 시술은 고열로 병든 정맥을 폐쇄해 점차 소멸시키는 기법이다. 고주파는 레이저에 비해 통증, 멍이 적고 회복속도가 빠르지만 열 손상에 의해 신경, 연부조직, 심부정맥 등이 파괴될 수 있다. 통증도 동반되고 큰 혈관의 폐쇄에 부적합하다. 하지만 레이저보다는 열 손상, 통증이 덜하다. 레이저는 큰 정맥의 폐쇄, 짧은 혈관의 정밀한 폐쇄에 고주파보다 유리하다.

이런 단점 때문에 ‘베나실’이나 ‘클라리베인’(MOCA) 등 비열 방식의 시술이 등장했다. 클라리베인은 정맥혈관 내벽을 회전하는 카테터로 손상시키는 동시에 혈관경화제를 주입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폐쇄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비싼 게 단점이다.

일종의 순간접착제라 할 수 있는 베나실은 정맥폐쇄가 용이하고 3분 만에 시술이 끝나지만 비용이 비싸고 혈관 알레르기나 혈관염이 환자의 10% 이상에서 나타날 수 있다.

심영기 원장은 “의사의 시술 경험이 많다면 굳이 혈관 알레르기 부담이 있고, 비용도 높은 베나실 시술을 할 필요가 없다”며 “혈관경화제만으로도 충분히 정맥혈관을 막을 수 있으며, 부작용도 거의 없고, 시술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급여라 하더라도 정맥 한 줄기 폐쇄하는 데 400만원 이상을 받으면 지나칠 수 있다”며 “실손보험에 가입됐다는 전제로 1000만원 이상의 시술비를 책정하는 것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세 줄기 이상 하지정맥이 망가진 경우는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로 오진하는 질환은 상당수가 단순 다리부종, 단순 근육통, 무릎관절통, 좌골신경통, 발목인대 손상, 허리디스크(요추간판탈출증) 등일 수 있다. 심 원장은 “육안으로 굵게 튀어나오고 꼬불꼬불한 정맥이 보이지 않고 다리만 아픈 것은 하지정맥류가 아닌 근육통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정맥류는 성 호르몬 변화가 많고 임신·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많다. 좌식생활을 하고 서구식의 기름진 식단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더 잘 생긴다. 장시간 서 있는 업무환경, 운동부족, 과체중, 피임약 및 여성호르몬제 장기 복용, 하이힐 착용 등도 정맥류 발병과 연관된다.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아 전체 환자의 20∼50%가 가족력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하지정맥류는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최근 하지정맥류 환자 증가는 의료진의 실수에 따른 오진이 아니라 의도적인 ‘환자 기만’일 수 있어 심각하다.

심영기 원장은 “하지정맥류를 둘러싼 오진, 과잉진료를 피하려면 반드시 다른 병원에도 들러 추가로 진단을 받아 보는 게 좋다”며 “초음파 검사 결과지를 받아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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