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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지난 9월에 대우조선해양과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하며 인수를 공식화했다. 대우조선해양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49.3%와 경영권(1대 주주)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후 경쟁입찰을 진행했으나 한화 외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없었고 최종 인수자 자격으로 이번에 정밀 실사가 이뤄졌다.
특히 이번 실사 과정에서 최대 걸림돌로 꼽혔던 노조도 거센 저항 없이 넘어가면서 남은 절차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를 추진할 당시 몸싸움까지 벌이며 현장실사를 무산시켰고 이보다 훨씬 전인 2008년 한화그룹의 첫 인수 시도에도 극렬한 반대로 현장 실사단을 저지한 바 있다.
한화 측은 이달 초부터 노조와 접촉해 대화를 시도해왔으며 지난 15일에는 정인섭 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인수단 총괄(한화에너지 사장)이 노조를 방문하면서 고용 보장과 단협 승계 등 노조 요구안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 의사를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조는 “한화의 진정성을 믿고 상호 신뢰 속에 (현장실사를 막지 않는) 중대 결단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달 16일 경남 거제도 옥포조선소와 18일 경기 시흥 연구개발(R&D)센터 현장실사도 큰 잡음 없이 이뤄졌다.
적자상태인 대우조선해양 재무구조 또한 최근 악성재고로 남았던 드릴십(심해용 원유시추선)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면서 한화그룹은 부담을 덜었다. 대우조선은 지난 18일 리퀼라 벤처스 컨소시엄에 드릴십을 2억달러(약 2692억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이 처리해야 할 드릴십은 1척만 남게 됐다. 여기에 올해까지 2년 연속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100억 달러’ 이상의 수주고를 채우면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 반영에 따른 수익 개선도 기대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둘러싼 ‘악재’가 조금씩 걷히면서 다음달 최종 투자자 선정 및 본계약(신주인수계약) 체결도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어 내년 상반기 기업결합과 방산(방위산업)업체 인수 승인 등 국내외 인허가 취득을 거친 이후 2조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매각은 종결(딜클로징)된다.
한화그룹은 2조원의 인수 자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이 지난 2009년 한차례 고배를 마셨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13년 만에 다시 재추진에 나선 것은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채우기 위함이다. 잠수함과 군함 등의 특수선 생산 역량을 갖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기존 우주에서 지상 방산을 넘어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