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오, OK!"…더불어시민당 연상시킨 고양시 재난지원금 안내문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감사원이 고양시가 고양시 위기극복지원금(이하 재난지원금) 선전을 위한 안내문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감사원은 20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는지 등을 감사한 결과 총 1건의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고양시가 총선(4월 15일) 이틀 전인 4월 1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용으로 만든 재난지원금 안내문이었다.

당시 고양시는 14일부터 시에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신청을 받는다는 계획이었는데 창구의 혼잡을 막기 위해 첫날은 5인 이상 세대에 한정해 협장접수를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5인 이상 세대만 오라’는 안내문을 제작해 고양시 홈페이지나 SNS 등에 게시하고 홍보했다.

그러나 “5”나 “오”, “OK” 등 특정 정당을 연상케 하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크게 적혀 있는 안내문은 오해를 부르기 충분했다. 21대 총선 5번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었다.

결국 고양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민원이 들어오면서 고양시는 하루 만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야만 했다.

감사원은 “공직선거법과 지방공무원법 등에 따르면 공무원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정치운동 등이 금지돼 있으므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고양시는 선거에 앞서 일찍부터 ‘공명선거 추진 지침’을 수립하거나 ‘SNS 매체 운영 관련 공직선거법 자료집’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지원금 지급 홍보와 관련해 고양시는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위기극복 지원금 지급 홍보계획’을 마련했다.

이 밖에도 고양시는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지원금 정책에 대한 홍보물의 배부·게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주의를 수차례 받은 상황이었다. 다만 이 게시물에 대해서는 이같은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검토와 문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다. 게시물 게재 당일 오후 고양시장 등 고양시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된 주요 간부직원이 모여 있는 단체채팅방에도 이 게시물이 올라왔지만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 단체채팅방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총괄 검토하는 국장과 팀장 등이 들어와 있었다.

고양시는 “해당 홍보물을 제작·게시할 때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기에 이와 관련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위 사례를 거울삼아 앞으로 홍보물 제작·게시 업무를 할 때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공무원의 중립성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