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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가로 맹활약 중인 정두언(61) 전 의원이 요식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13일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한 ‘퓨전 일식집’에서 만난 정 전 의원은 개업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시 부시장에 3선 의원 역임, 여기에 4장의 앨범을 낸 아마추어 가수인 그는 지난 2016년 4월 20대 총선 낙선 이후로 TV와 라디오를 종횡무진하는 ‘잘 풀린’ 백수의 길을 걸었다.
정 전 의원은 “처음에는 본의로 방송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저는 방송 체질이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논객이 돼버렸다”면서 “그거라도 안 하면 우울증이 걸린다”며 농을 쳤다. 정 전 의원은 “사실은 과거 낙선 후 주변에서 방송을 하라고 조언했다”면서 “실제 방송사도 돌아다니며 구직활동을 한 게 여기까지 왔다”고 떠올렸다. 제일 먼저 시작한 그의 방송은 한 종편 시사프로 진행자. 하지만 그의 방송은 반년을 채 가지 못했다. 정 전 의원은 “당시 권력 실세가 압력을 넣어 잘렸다”며 “정국이 어수선해 나를 제외하고도 여러명이 이런저런 불이익을 봤었다”고 했다.
또다시 백수 생활을 하던 그를 또다른 종편 시사예능프로에서 찾았다. 그는 “‘썰전’에서 유시민 이사장이 빠지면서 (제가 출연하는) ‘판도라’가 대세로 떠올랐다”며 ”곧 100회를 맞이하게 된다. 시청률도 잘 나온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처음 출연진 구성을 보고 상당히 꺼렸다. 그는 “제가 제일 싫어하는 정청래 전 의원과 같이 하게 됐는데 그게 의외로 ‘케미’가 맞았다”면서 “정 전 의원이 저를 엄청 챙긴다”고 칭찬했다.
매일 방송 스케쥴이 있을 정도로 ‘일감’이 두둑한 정 전 의원이지만 언제까지 평론가만으로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그간 큰일을 한다면서 입으로, 펜으로 살아왔는데 ‘구름 속 허공’에 살다 보니 실물을 접하면서 살아온 적이 없었다”며 “연필·입으로 살다 죽으면 허망할 것 같은 기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더 늙기 전에 남한테 신세 지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각오로 창업을 결심한 그의 조력자는 다름 아닌 부인이다. 정 전 의원은 “저는 ‘셔터맨’이지만 마누라는 예전에 외식업 경험이 있다”면서 “함께 고용한 쉐프도 여의도의 유명한 고급 음식점 경력이 있는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야기는 자영업으로 흘렀다. 정 전 의원은 “자영업은 다 망한다, 어렵다고 한다”면서 “지금 미친 짓을 하는 것을 안다. 경험 없는 사람의 헛소리로 밖에 안 들리겠지만 맛·친절·위생 3가지만 지키면 성공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3가지 다 되는 곳은 호텔 식당이지만, 일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재료 쓰면 마진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저는 1, 2년간은 좋은 재료를 쓰면서 남는 거 없이 한 번 버텨볼 생각”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튜브 방송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정치는 도저히 (당선)계산이 안 나온다.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라며 “최근에 한 기획사가 정치가 아닌 예능을 주제로 한 유튜브 방송을 제의했다. 잘되면 조만간 또 다른 채널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