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찾아온 '10월 태풍'..한반도에 태풍 길 열려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10월 태풍 ‘다나스’가 올해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첫 태풍이 될 전망이다. 한반도가 10월 태풍의 영향을 받는 것은 1998년 ‘제브’ 이후 15년 만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태풍 피해가 집중되는 7~9월에는 잠잠하다가 10월 들어 태풍 영향권에 들어서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04년 이후 약 110년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10월 태풍은 8건에 불과하다. 15년 만에 10월 태풍이 한반도 쪽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평년보다 해수면 온도가 높은데다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 쪽으로 태풍의 길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태평양 등 태풍 발생구역의 수온이 예년보다 높고 대기 조건도 좋아 10월에도 태풍 활동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태풍은 수증기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발달하는데, 다나스는 수온이 28도까지 오른 일본 오키나와 해역을 지나면서 매우 강한 중형 태풍으로 성장했다. 태풍의 발생 및 성장 조건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 태풍이 한반도를 향하게 된 이유는 뭘까.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 이례적으로 발달한 북태평양 고기압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데, 일반적으로 이 고기압은 8월 중순부터 우리나라에서 물러나기 시작해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는 일본 쪽으로 수축, 그 가장자리에 한반도가 걸치게 된다. 8~9월 한반도를 지나는 태풍이 많은 이유다. 이후 10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물러난다. 이 때문에 10월에는 태풍이 일본 남쪽 해상으로 지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그러나 올해는 여름 내내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에서 강하게 발달하면서 태풍이 우리나라 쪽으로 오지 못하고 중국이나 일본 쪽으로 향했다. 대신 다나스는 아직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우리나라 쪽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김지영 국가태풍센터 연구관은 “일본 동쪽으로 수축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에 태풍이 올라올 수 있는 길목이 만들어졌다”면서 “이 때문에 15년 만에 10월 태풍이 한반도를 향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10월 태풍은 1998년 태풍 제브와 1994년 세스, 1985년 브렌다 등 3개다. 우리나라는 1985년 태풍 브렌다의 영향으로 69명의 인명 피해와 280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이어 1994년 남부지방을 관통한 ‘세스’는 1명의 인명 피해와 550여명의 이재민을 기록했고, 1998년 제브는 한반도를 약간 비켜가면서 피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