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사상 최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우량기업들의 퇴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올해 회사채 만기도래 사상 최대, 비우량기업發 자금불안 대비해야’ 보고서를 보면 올해 만기 도래되는 회사채 규모는 50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매력적인 고수익 투자대상으로 호황을 누렸던 회사채 시장의 만기도래분이 올해부터 차근차근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규모 만기도래는 비우량기업들의 채권발행을 어렵게 해 자금난을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9월 웅진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회사채 시장 내에서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 사이의 차별화가 심각하다. 지난해 8월 하순 5.31%포인트까지 줄어들었던 비우량-우량 회사채 스프레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빠르게 확대돼 올해 2월 초에는 5.60%포인트까지 늘어났다. 이 상황에서 대규모 만기도래로 채권발행 물량이 늘어나면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비우량 기업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미 비우량기업 사이에는 회사채 발행 자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보유현금을 소진하거나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상환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신용등급 BBB+ 이하 투기등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 1월 한 달간 1200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순상환액은 6800억원이나 됐다. 투기등급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중 올해 만기도래하는 규모가 6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이들의 차환발행 및 상환 어려움을 더욱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대체 자금조달 수단으로 여겨지는 은행대출이나 주식시장 역시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1분기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은행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보수적으로 대출하겠다고 밝히며 그 이유로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신용위험을 들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역시 지난해 발행 건수와 발행액 규모가 1988년 이후 최저치에 달할 정도 위축되어 대체 자금조달시장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차츰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기업 매출이 늘고 이익이 회복되어 현금 흐름이 개선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비우량 기업들의 부실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주채권은행의 책임과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해당 기업의 신용기업이 금융시장의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을 판단해 회사채인수제도, 채권안정펀드 등 채권시장 안정화 장치들의 시행을 검토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조 위원은 “기업 신용평가를 강화해 투자자들이 업황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의 신용등급를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신용등급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