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묵시록적 언어 세계가 국내 독자들에게도 먹힌 걸까.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책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9일 저녁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크러스너호르커이가 호명되자마자 그의 국내 출간작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주요 서점가들에 따르면 수상자 발표 직후인 오후 8시를 기점으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국내 번역서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 이른바 ‘노벨상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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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스너호르커이는 매해 꾸준히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지만, 국내에선 그리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는 파국으로 치닫는 종말을 그리면서도 예술적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작가다. 마침표 없는 긴 문장과 난해한 문체로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과 고통, 절망의 묵시록적 주제를 탐구해왔다. 현재 국내에 번역·출간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은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 총 6종에 불과하다. 모두 알마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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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작품은 2018년 번역 출간된 ‘사탄탱고’로, 동명의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탄탱고’는 10일 오전 9시 기준 약 1200부가 팔렸다. 이어 2019년 번역 출간된 ‘저항의 멜랑콜리’는 약 330부 팔려 두 작품이 전체 판매량의 약 80%를 차지했다. 연령별 구매 비중을 살펴보면, 20대부터 40대 독자층에서 높은 구매율을 보였으며, 이 중 30대 독자가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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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실시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사탄탱고’와 ‘저항의 멜랑콜리’가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평소 하루 한두 권 수준이던 판매량이,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부터 10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약 1800부로 급증했다.
교보문고는 이날 오전 광화문점에 노벨문학상 매대를 꾸렸다. 매장 내 재고가 대부분 소진돼 출판사로부터 여유분을 퀵으로 받아 진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라딘과 예스24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기획전을 열고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알라딘 도서사업본부 외국소설 담당 MD 박동명 과장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는 그동안 노벨문학상 시즌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지만 매번 수상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이번 수상을 통해 그의 작품이 다시 주목받게 되어 기쁘다. 다소 난해한 문체로 쉽지 않은 작품들이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소개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알라딘 관계자는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해외 작가는 2022년 수상자 아니 에르노로, 한 달여간 알라딘에서만 약 3500부가 판매됐다”며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초기 판매 속도가 아니 에르노보다 빠르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수상 이후 높아진 노벨문학상에 대한 관심이 이번 판매 추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