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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등과 모서리가 19세기 당시 ‘붉은 헛간 살인사건’ 범인인 윌리엄 코더의 피부로 만들어졌다. 코더는 당시 연인인 마리아 마튼에 야반도주를 제안했는데, 붉은 헛간에서 마튼을 살해해 사형 선고를 받았다. 공개처형된 코더는 피부가 벗겨져 그의 재판을 기록한 책의 커버로 쓰였다.
모이스 홀 박물관에는 이미 코더의 피부로 만들어진 또다른 책이 전시돼 있다. 기존 책은 표지 전체가 코더의 피부로 만들어졌지만, 이번에 발견된 책은 모서리와 책등 일부에만 인피가 사용됐다.
코더의 이야기는 당시에도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비밀리에 사랑을 나눈 연인과 야반 도주, 실종, 살해 등 당시 민중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코더의 사형 집행일에는 광장에 7000여 명의 사람이 몰렸고, 코더의 이야기는 소설과 연극 등으로도 만들어졌다.
일각에서는 당시 코더가 실질적인 증거가 아닌 ‘정황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그가 희생을 당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마튼은 실종된 후 그의 어머니가 “꿈에서 딸이 붉은 헛간에 묻힌 것을 봤다”고 말했고, 마튼은 실제로 붉은 헛간에서 코더의 녹색 손수건과 함께 발견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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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피로 만든 책을 전시하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작가 테리 디어리는 “책을 태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지만, 솔직히 말해 이런 유물들은 너무나 역겹다”며 “물론 사람들은 이걸 보기 위해 몰려들겠지만, 이 끔찍한 유물이 교육의 도구가 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물관 측은 이를 단순히 서커스 같은 구경거리로 소비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