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코뿔소' 언급한 고승범 위원장…시장 어떻길래(종합)

김정현 기자I 2022.01.13 16:00:27

고승범 13일 금융시장에 경고 메시지
"비은행 리스크, 금융시장 전이 대비해야"

고승범 금융위원장(왼쪽 다섯번째)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경제·금융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멀리있던 ‘회색코뿔소’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위험을 대비하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시장에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회색 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하나둘씩 현실화하고 있고,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회색 코뿔소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잠재적 위험 요인을 상징한다.

고 위원장은 1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가속화와 코로나19 상황, 중국 경기 둔화, 미중 갈등 이슈가 올해 한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예상 가능한 리스크들을 지나치지 말고 사전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그는 또 “코로나19 이후 우리 금융권의 손실흡수능력 제고 노력이 주요국에 비해 충분치 못하다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하며 “금융당국도 손실흡수능력 관리가 적절한지 꼼꼼하고 세밀히 따져보고, 제도개선도 추진해 나가겠다”며 말했다.

아울러 비은행 금융기관의 위기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저금리와 풍부한 시중 유동성으로 인해 비은행 금융기관이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장기·저유동 자산으로 운용하고 레버리지를 통해 수익을 높이는 영업을 가능케 해왔다”면서 “앞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게 되면 이러한 미스매치와 레버리지 거래는 큰 리스크 요인이 된다”고 봤다. 아울러 “단기자금시장에서 업권간 연계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업권별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전이될 우려도 있다”면서 “현재 금감원과 함께 비은행권의 위기대응 여력과 리스크 전이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올해 금융위 차원에서 △가계부채 관리의 안정적 정착 △서민·취약층에 대한 유연한 규제 적용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차주 충격 최소화 △취약차주 리스크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지원방식 등의 과제를 언급했다.

고 위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대출, 은행배당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우선 코로나19 대출과 관련해 고 위원장은 “오는 3월 말 종료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일시에 충격이 가는 방향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취약차주 컨설팅도 제공하고 채무조정도 사전에 지원해 큰 충격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의 배당과 충당금에 관해서는 “배당은 기본적으로 시장친화적으로 가야 할 것이고 배당 관련 지도도 종료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충당금에 대해서는 “최근 시장상황이나 국제금융시장 여건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불확실성 요인이 커지고 있어 손실 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며 “대손충당금도 위기대응 여력이 있을 정도까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도록 하겠다. 금감원도 같이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금융권의 예대율마진이 높아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선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고 위원장은 “현재 금감원에서 모니터링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대출금리 산정체계 기준에 따라 금리가 제대로 적정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포함해 여러 가지 예대마진 관련 문제를 보고 있”고 말했다.

올해 총량 관리 목표를 4~5%를 잡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 추진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대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12월 증가폭이 거의 제로 수준을 보였다”면서 “올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기준) 2단계 시행으로 시스템 관리가 가능해져 유연하게 접근해도 4~5%대 관리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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