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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이은 자제 요청에도…민주노총은 ‘집회 강행’

박순엽 기자I 2021.07.02 16:33:08

민주노총, 오는 3일 서울 도심서 대규모 집회 개최
정부, ‘코로나19 확산세’에 우려…경찰 “엄정 대응”
민주노총 “방역지침 준수하면서 그대로 진행할 것”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이번 주말 서울 도심에서 1만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며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민주노총은 집회를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잎구에 집회금지 안내 배너가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집회 자체” 요청…민주노총은 ‘강행 의지’

민주노총은 오는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대로에서 ‘가자! 총파업으로!’라는 구호를 내건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집회는 오는 11월 총파업에 앞서 △중대재해 비상조치 시행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저지 △최저임금 인상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자 열리는데, 여기엔 1만명 안팎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대규모 도심 집회 개최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고, 전파력 강한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 탓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26명으로, 지난 1월 이후 약 6개월 사이 최다 하루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정부에선 국내 코로나19 방역을 총괄하고 있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까지 나서 민주노총의 집회 자제를 요구했다. 김 총리 등은 2일 오전 11시쯤 민주노총 사무실을 직접 찾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측은 이를 거절하면서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서도 “정부는 전국노동자대회를 허용하고,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 호소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먼저”라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공간을 (정부에) 요구했고, 요구한다”고 정부에 볼멘소리를 냈다. 이들은 김 총리 등의 방문을 두고서도 “코로나19 확산에 기여하는 불통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싶었나”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29일 서울시의 집회 제한 고시와 감염병 예방법 일부 조항이 헌법상 평등권과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당시 “집회 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을 모두 소진한 이후에야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후의 조치”라며 “정부가 과잉금지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등이 2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방문해 코로나19 확산의 기로에 서 있는 중차대한 시기임을 고려해 주말 대규모 집회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서울시 “엄정 대응” 경고…민주노총 “방역 준수”

경찰과 서울시는 이미 집회 금지를 통고한 만큼 집회가 진행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반응이다. 경찰청은 이날 “경찰은 가용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 금지된 장소에 대한 집결 자체를 차단할 것”이라며 “방역 당국과 합동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에 따라 해산 절차 등 적극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보수단체가 개천절·한글날 집회를 예고하자 집회 사전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선 적이 있다. 경찰은 당시 광화문 광장에 차벽과 철제 펜스를 설치해 집회 자체를 봉쇄했다. 서울시는 이날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워낙 엄중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불법 집회 발생 시엔 채증해 고발 조치하는 등 엄중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내에서도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 총리는 이날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대규모 집회는 코로나19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정 청장은 “집회와 시위 등 대중 모임은 지난해 경험했던 중심적 (감염)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구성 요소”라고 우려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정부의 방역 지침보다 높은 수위의 자체 지침을 준수하면서 충분히 안전한 대회를 진행할 경험과 역량도 가지고 있다”며 참가자들에게 △버스 이동시 발열 체크 △명부 작성 △실내 음식 섭취 금지 △실내 적정거리 유지 △마스크 착용 △사적모임 자제 △이동간 거리두기 등의 방역 지침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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