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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득 10억이상 초고소득자 세금 더 낸다…소득세율 '42→45%'

이명철 기자I 2020.07.22 14:00:00

[2020년 세법개정안]소득세 최고세율 42→45% 인상
과세표준 30억 A씨 세부담 12억8460만원, 6000만원↑
“해외국가대비 높은편 아냐, 소득재분배 강화 차원”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가 2020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깜짝’ 소득세 인상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점을 감안해 핀셋 증세를 실시한 것이다. 소득세 인상 대상은 초고소득층인 1만여명에 그치겠지만 이들의 세부담은 연간 5000만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홍남기(오른쪽에서 세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기재부 관계자들이 지난 20일 2020년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경제 위기에 저소득층 소득지표 악화

기획재정부가 22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확정한 2020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소득세 과세표준에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을 현재 42%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소득세는 최저 1200만원 이하(6%)에서 최고 5억원 초과(42%)로 설정됐다. 여기에 최고 구간을 새로 만들고 세율도 인상한 것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은 과세형평 제고와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를 위해서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로 자영업자·중소기업 및 저소득층이 특히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심 끝에 사회적 연대와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자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초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인상코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저소득층의 소득 지표는 점차 악화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1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근로소득은 전년동기대비 3.3% 감소했다. 5분위배율(소득 하위 20% 대비 상위 20% 배율)은 지난해 1분기 5.18배에서 4분기 4.64배까지 낮아졌지만 올해 1분기 5.41배로 높아지며 소득분배가 악화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에 코로나19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담세여력이 있는 고소득자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세부담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소득세율 인상 대상은 양도소득세를 제외한 근로·종합소득세 기준 1만1000명으로 전국민의 0.05%에 그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소득세율·과표구간 연혁 및 개정내용. 기획재정부 제공


“재정 수요 충당할 세수 확보 필요”

최고세율을 인상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지 않다는 평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소득세 최고세율은 35.7%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인 일명 ‘3050클럽’ 6개국(일본·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미국)은 43.3% 수준으로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일본·프랑스·독일·영국은 최고세율이 45%로 이번에 우리나라의 상향조정 수준과 같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소득세율이 낮은 편이어서 소득세 인상은 예전부터 제기됐던 사항”이라며 “세금을 납부할 여력이 있는 만큼 (소득세율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의 영항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되는 세수 효과는 양도세를 포함한 1만6000명 대상 90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인당 연간 5000만원 가량의 세부담이 예상된다. 기재부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과세표준이 30억원인 납세자의 경우 현재 기준으로 납부할 소득세는 12억2460만원이지만 개정안이 적용되면 12억8460만원으로 6000만원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체 국민 대상으로 세금을 늘리기보단 재정 여력이 있는 계층 대상으로 과세를 검토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지금이라도 보편적인 증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세율을 일부 올린다 하더라도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충당할 만큼 세수를 확보하긴 어렵다”며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세금을 걷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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