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공기관 130곳에서 우선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채용시스템을 먼저 도입하되 단계적으로 사기업까지 확대 적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불필요한 ‘스펙 쌓기’를 막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수험생에게는 또 다른 시험 준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어 능력, 직무와 상관없으면 요구 안 해”
정부는 2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협약식을 열고 청년들의 스펙 쌓기 부담을 완화하고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확산하기 위해 130개 공공기관부터 선도적으로 직무능력중심의 채용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NCS는 학벌 등 소위 스펙을 떠나 산업현장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을 국가가 표준화한 것이다. 기획이나 관리능력, 작업능력, 단순업무 능력까지 진단할 수 있어 채용이나 승진 등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산업계와 관계부처 협업으로 직무 현장 수요에 맞춰 총 797개 유형의 NCS 개발을 완료했다.
예를 들어 기존 입사지원서는 학력·가족사항·직무와 무관한 자격증 등 불필요한 정보를 요구하고, 성장과정 및 지원동기 등 일률적인 자기소개를 포함했다. 반면 NCS 기반 입사지원서는 직무 관련성이 높은 사항을 기재하고, 해당 직무에서 갖춰야 할 능력과 관련 경험 등을 기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영어 등 외국어 능력은 해당 직무와 관련이 없다면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다.
정부는 산업인력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이미 NCS기반 채용을 진행하는 30개 공공기관 외에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전력, 도로공사 등 100개 기관에서 직무능력 중심의 서류·면접 전형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 경우 전체 공공기관에서 올해 신규 채용되는 1만7000여명 직원 중 3000여명이 직무 중심 면접을 통해 채용된다.
다만 전공필기시험은 취업준비생의 준비기간을 고려해 1년간 유예기간을 둬 30개 기관은 2016년 하반기, 나머지 100개 기관은 17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박종길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NCS기반 채용을 확대하면서 단계적으로 중견·중소기업에서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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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신입 재교육 비용 감소하나…취준생 단기적 부담 늘어
정부가 NCS를 도입한 이유는 전공과 직업의 불일치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4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취업자 중 본인의 전공과 직업이 일치한 비율은 36.9%로 불일치 38.0%보다 낮았다. 지난 2012년에는 일치한 비율이 38.3%, 불일치한 비율은 37.5%이었다.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 현상이 해가 지날수록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NCS기반 채용시스템이 안착된다면 기업은 신입사원 재교육비용을 크게 줄이고, 취업준비생은 업무와 무관한 불필요한 스펙을 쌓는 부담을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교육 현장에서 NCS 기반 교육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취업준비생이 추가로 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진 점은 우려된다. 실용학문이 아닌 인문학문은 외면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박홍석 커리어패스협의회장(인덕대 테크노경영학과 교수)은 “NCS가 도입되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력 미스매치 현상에 충격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NCS가 제대로 안착되려면 단순히 시험제도만 만들게 아니라 시장에서 필요한 직무능력을 제대로 파악해 교과 과정에서 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