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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동 산악문화허브'에 깃든 엄홍길 숨결[서울곳곳]

함지현 기자I 2024.07.03 15:58:01

산악 체험과 산악 문화, 커뮤니티가 결합 산악복합문화공간
AR·VR 기술 접목…히말라야 등반하는 것 같은 체험 등 가능
히말라야 16좌 등반 엄홍길 대장 업적 기리는 전시관도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 성공 기원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5월 26일 드디어 온갖 난관을 뚫고 세계적인 8850미터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습니다.”

마치 태극기처럼 파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등산복을 입은 엄홍길 대장이 힘 있는 목소리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음을 알린다. 분명 눈으로 볼 때는 단순한 밀납 인형 같았지만 핸드폰을 통해 증강현실(AR)을 접목해보니 눈이 흩날리고 바람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위풍당당한 모습의 엄홍길 대장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이동 산악문화 허브 산악 체험관 중 증강현실 트릭아트 포토존 모습.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핸드폰을 통해서 보면 엄홍길 대장의 육성과 움직이는 배경을 볼 수 있다.(사진=함지현 기자)
◇VR 통해 에베레스트 정상 오른 엄홍길 대장 눈 앞에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우이동 산악문화 허브(H·U·B). 지난달 26일 웅장한 북한산 인수봉 자락이 맞이하는 이곳을 찾아보니 초보자를 위한 산악 체험은 물론, 세계 최초로 해발 8000m 이상의 산악 16좌를 완등한 엄홍길 대장의 도전정신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우이동 산악문화 허브는 산악 체험과 산악문화, 커뮤니티를 결합한 산악복합문화공간으로 엄홍길 휴먼재단이 강북구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늑한 공간에 오밀조밀 갖춰진 산악체험관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곳에서는 등산 배낭을 꾸리는 방법과 필요한 의류 착용법, 코스에 맞는 신발활용, 올바르게 걷는 법, 안전 산행 등 등산 상식을 알려준다. 많이 사용하는 매듭법은 실제로 따라할 수 있어 흥미롭다.

우이동 산악문화 허브는 특히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을 적절히 활용해 관심도를 끌어올린다. 대표적인 게 AR트릭아트 포토존이다. 엄홍길 대장의 모습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촬영하면 마치 에베레스트 정상에 서 있는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즐길 거리도 마련돼 있다. 초보자들을 위해 클라이밍을 체험할 수 있는 벽면이 마련돼 있고 게임을 통해 좀 더 즐겁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20㎏, 10㎏, 5㎏ 등 무게에 맞는 베낭을 메고 러닝머신을 걷는 지구력 트레이닝도 할 수 있는데 러닝머신 앞에는 스크린을 통해 주요 등산 코스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공간은 어린이와 체험자들에 특화한 모습이다. 월평균 3000명 정도가 이곳을 찾는데 유치원생부터 청소년까지의 방문이 주를 이룬다는 설명이다.

엄홍길 전시관 중 ‘영광의 장비들’ 코너. 실제 히말라야에서 사용했던 엄홍길 대장의 장비들을 구경할 수 있다.(사진=함지현 기자
◇엄홍길 전시관 “‘실패를 성공의 과정’으로” 삶 담겨


산악체험관 옆에 별도로 꾸려진 엄홍길 전시관은 또 다른 구성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엄홍길 대장의 업적과 기록이 적힌 벽면을 지나면 히말라야 곳곳에 세운 학교와 병원 등 정보가 나타난다. 그가 등반을 할 때 함께 한 ‘셰르파’들 중 목숨을 잃은 경우도 적지 않았던 만큼 이들을 기리기 위해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있다는 게 허브 측 설명이다. 이밖에 엄홍길 대장이 실제 히말라야 등반 시 사용했던 장비들도 직접 볼 수 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히말라야에 서다’라는 구성물이다. 긴 테이블에 흰색 조각들이 올려져 있는데 이는 엄홍길 대장이 완등에 성공한 16개 봉우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AR을 통해 들여다보면 등정 성공 일자와 실제 엄홍길 대장이 올랐던 코스와 같은 등정 기록을 볼 수 있다.

단순히 성공담만 적힌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마칼루 정상에 오를 때에는 강풍으로 장비와 식량을 모두 잃어 다른 원정대의 텐트에 신세를 짓기도 했지만, 결국 셰르파의 도움 없이 등정에 성공했다는 등의 뒷이야기도 전해준다. 마지막 엄홍길 영상관에서는 “실패를 성공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라”, “전진하지 않으면 꿈은 아득히 먼 것이다”와 같은 어록을 영상화해 보여준다.

산악체험관과 엄홍길 전시관 모두에는 다양한 VR 체험도 가능하다. VR기기를 쓰고 엄홍길 대장과 함께 만년설 속 사다리를 타고 히말라야를 오를 수도 있고 산악자전거, 산악 스키 체험도 할 수 있다.

허브 관계자는 “강북구에는 암벽등반의 성지인 인수봉이 위치한 북한산이 있을 뿐 아니라 엄홍길 대장도 거주하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어 이곳에 허브가 자리 잡은 것으로 안다”며 “등산과 관련한 기본상식과 문화를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체험도 할 수 있어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우이동 산악문화 허브의 시설은 일부 무료, VR체험과 등산안전 교육, 인수봉 도전 암벽체험 등은 유료로 운영한다. △엄홍길 청소년 캠프 △북한산 둘레길 여행 △북한산 역사문화 체험 등도 연중 유료 프로그램으로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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