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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일본은 초저금리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한 글로벌 통화정책 흐름에 역행해 왔다. 그러나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앞둔 시점에 다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려 하고 있다.
일본의 플러스 금리 전환이 하루 아침에 금융시장을 재편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등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채권국으로, 미국 국채를 1조1000억달러(약 1470조원) 보유한 최대 해외 채권국이다. 또한 약 30년 만의 슈퍼 엔저가 일본의 기업의 수출과 실적, 주식시장을 떠받쳤다.
현재 일본의 국채 수익률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격차는 3.5%포인트에 달한다. 몇 달 전 4.2%포인트 격차보다는 줄었지만 3년 전 1.5%포인트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하할 경우 양국간 금리 격차가 줄어들게 되고, 엔화 가치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일본 증시 랠리를 꺾을 수 있다. 또한 엔화 강세는 일부 일본 기업, 특히 수출 대기업의 수익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WSJ은 일본은행이 정책 기조를 변경하더라도 금리 인상 속도는 천천히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향후 플러스 금리가 지속 가능하다고 입증될 경우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자국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해외 시장에 투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는 4조2000억달러(약 5620조원)에 달했다.
이 중 상당 금액은 일본의 연기금과 보험사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일본의 금리가 오를 경우 이들은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자국 내에서 더 매력적인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WSJ은 “일본 투자자들은 더 나은 수익을 위해 전 세계를 샅샅이 뒤져 왔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하면 그 영향은 조만간 거의 모든 곳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더 많은 일본 자본이 자국 내에 머물게 되면 결국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부터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금융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융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의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더 낮아지고, 미국 자산의 수익률 우위가 좁아질 경우 일본 마이너스 금리 종료의 장기적인 효과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