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대 사기 혐의' 빗썸 이정훈, 1심서 무죄…"범죄 증명 부족"

김윤정 기자I 2023.01.03 15:39:21

빗썸 지분 매각 과정서 인수대금 편취한 혐의
法 "합의서에 구속력없음 명시·계약도 안 정해져"
"주식·코인 경력多…피해자 정보력 부족하지 않아"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1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실소유주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에게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이 지난 10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3일 오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의 기망행위로 착오에 빠져 각 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등의 처분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피해자 코인 판매를 통한 인수자금 조달에 협력하기로 확약한 점이 인정돼야 기망이 성립하는데 기망 증거로 제시된 프로젝트 공동투자 합의서에는 구속력이 없다고 명시됐고 당시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합의서를 피고인의 상장확약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주식 투자 경력과 가상화폐 업계 경력이 상당하고 관련 지식도 갖춘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말만 믿고 BXA 코인이 상장돼 그 판매대금으로 인수자금 조달할 수 있단 착오에 빠질 정도로 피고인에 비해 정보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빗썸거래소 상장을 최우선으로 진행한단 문구와 다른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묵시적으로 BXA 코인을 빗썸에 상장한다고 확약한 거라 보지만 문구의 사전적 의미가 확약이라 볼 수 없고 조항이 있는데도 피해자가 계약 조건을 추가하려 한 건 오히려 피해자도 위 조항만으로 상장을 확약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의장은 지난 2018년 10월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이 빗썸을 약 40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할 때 ‘BXA코인’ 상장을 명목으로 인수대금 일부를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이 계약 과정에서 가상자산공개(ICO)가 금지된 한국을 피해 BXA 코인을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고 거래소 간 연합체를 결성하는 사업(BB프로젝트)을 추진한다는 명목을 내세웠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의장은 김 회장에게 “인수대금 중 일부만 지급하면 나머지는 코인을 발행·판매해 지급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코인 발행·판매의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김 회장을 속인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수사 결과 이 전 의장은 ‘BXA코인 상장예정’이라는 공지를 올리기는 했지만 금융당국 규제에 상장절차를 중단했고 유착관계가 의심된다는 지적에 상장 자체를 포기했다. 이후 이같은 상장 무산 사실을 김 회장에게 알리지 않고 채권과 주식을 잔금으로 받는 등 8회에 걸쳐 총 1120억원(약 9800만 달러)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의장은 김 회장 측이 빗썸 인수를 먼저 제안했으며 최종 계약문서에 BXA코인 상장을 약속한 내용이 없다고 반박해왔다.

검찰은 지난 10월 25일 결심공판에서 “일반 코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매우 크다. 피고인이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있고 죄질도 불량해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이 전 의장에 징역 8년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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