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분기 중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3.8% 상승했다. 이는 2011년 4분기(4.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처럼 물가가 껑충 뛴 건 석유류 가격 상승 탓이 크다. 이 기간 석유류 물가는 22.5% 뛰었다. 축산물(9.3%), 과실(8.8%), 외식(6.1%), 공업제품(5.4%), 가공식품(5.3%), 개인서비스(4.2%)에 비해 현격히 높은 상승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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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분기 -4.8%였던 석유류 물가는 그 해 2분기 18.7%로 올라선 후 3분기 21.1%, 4분기 29.1%, 올해 1분기 22.5%로 고공행진 중이다. 석유류의 분기별 물가 상승률이 20%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3분기(28.2%) 이래 14년 만에 처음이다.
세부적으로는 석유류 중 등유 물가 상승폭이 34.8%로 가장 컸고,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26.0%), 경유(25.4%), 취사용 LPG(23.0%), 부탄가스(21.9%), 휘발유(19.0%)가 그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 봐도 품목별 물가 상승률 상위 20개 품목에 등유, 자동차용 LPG, 경유, 취사용 LPG, 부탄가스가 포함됐다.
국제유가는 세계 경기 둔화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치솟아 10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 석유류 물가 상승세는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커진 원유 수급 우려에도 산유국들이 증산에 미온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2분기가 시작되는 4월에도 석유류의 물가 상승률은 34.4%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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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급등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휘발유·경유 등 기름값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20% 인하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인하 폭을 30%로 확대했다. 또 난방용 수요를 고려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할당관세를 0%로 적용했다.
이런 노력에도 물가 급등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폭이 워낙 크다 보니 체감이 덜 되는 측면이 있다”며 “그렇지만 정부가 유가 대응 대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국민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추가 대책도 내놨다. 서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기준을 리터(ℓ)당 1850원에서 1750원으로 100원 인하하고 지급 시한도 9월 말로 연장하기로 했다. 경윳값이 급등하며 휘발윳값을 넘어서는 등 운송·물류업계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새 경제팀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물가 안정을 재차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재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단기적으로 물가 및 민생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2차 추가경정예산안 집행 준비와 민생안정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