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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의지 들어간 공약"…산은 부산 이전도 갈등 진원지로

황병서 기자I 2022.03.22 15:57:46

국힘 측 "부산 금융도시 발전 위한 당선인 의지 들어가"
1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 발의, 이전 기초작업 나서
"인력 이탈 부작용…정치 논리로 비효율만 초래" 지적
수은·농협·수협 등 특수은행까지도 `불똥 튈라` 긴장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현재·미래 권력 간 갈등 양상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또한 갈등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산 지역의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산업은행의 이전을 약속했지만,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을 지역으로 이전하는 식의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산은 부산 이전 공약에…국민의 힘, 산은법 개정안 지원도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진용을 갖춘 가운데 산업은행 등은 부산 이전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윤 당선인은 시도공약집에 KDB산업은행 본사의 부산 이전을 명시했다. 시도공약집을 보면 “KDB산업은행을 이전해 (부산을) 스마트 디지털 경제 도시로의 도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윤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부터 여러 차례 부산 이전 공약을 설명하며 공약 실천에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1월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 이어 지난 16일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부산 이전 공약 이행 의지를 드러냈다. 대통령 공약 설계에 직접 참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부산 이전 문제는) 당선인의 의지가 들어간 공약으로, 부산 금융도시 발전의 일환으로 봐달라”고 밝혔다.

당선인의 이전 공약을 위한 국민의힘 차원의 지원도 있었다. 산업은행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현행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에는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서병수 의원 등 15명은 지난 1월18일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담은 한국산업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서 의원 등은 “부산광역시가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갖추도록 하고 이를 통해 지방 소멸을 방지하고자 국가균형 발전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제안 이유를 밝혔다.

“금융산업 집약돼야…국가적 비효율성 초래”

당선인 취임 이후 172석의 거대 야당을 상대로 입법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숙제지만, 전문가들조차 산은의 부산 이전을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험난한 추진 과정이 예상된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거래소 등이 이미 부산국제금융센터로 옮겼는데, 실제 어떤 효과를 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며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할지에 대해서 아무런 논의가 없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 모든 정책의 중심지는 서울이고 그 중 금융이 모이는 곳이 여의도인데, 굳이 이곳을 떠나 인프라가 없는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인 바이어가 투자, 거래를 하고 싶어도 한국에 오면 여의도, 부산 등을 모두 거쳐야 하는 상황이니 한국의 국제 금융 순위가 높아지기 어렵다”며 “경제학의 목표가 공정성, 효율성인만큼 금융기관을 여의도를 중심으로 집적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모든 금융기관이 뉴욕 월스트리트에 모여 있어 국가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부연했다.

다른 국책은행 등 비상등…덩달아 이전될라, 노심초사

한편 윤 당선인이 이전을 공약한 것은 산은이 유일하지만, 다른 국책은행과 금융 공기업·공공기관들도 괜시리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 한 곳을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부산 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업무 연관성이 있는 수출입은행이나 농협, 수협 등 다른 특수은행 등도 함께 옮기려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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