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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승소하고도 마음이 씁쓸하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교육에 전념해야하는 시간에 재판장에 와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면서도 “(다른 자사고들의 판결도) 결과는 거의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고들도 학교 현장에서 열심히 교육할 수 있도록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때까지 교육감도 적극 도와주시고 항소를 취소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히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는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행정처분 과정에서도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행정의 영역에서 고도의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청의 적법한 행정처분이 사법부에 의해 부정당한 것”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자사고 소송과는 별개로 고교서열화를 극복하고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는 등 고교교육 정상화 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9년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8개교에 대해 기준 점수 70점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다. 자사고 평가는 5년마다 실시하게 돼 있다. 경기 안산 동산고, 부산 해운대고도 각각 관할 시·도교육청에서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들 자사고는 교육 당국의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효력정지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채 신입생을 선발했다.
부산에서 지난해 12월 해운대고가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가장 먼저 1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부산의 해운대고에 이어 지난달 18일 서울에서는 배제고·세화고가 승소했고 숭문·신일고도 잇따라 승소하면서 교육당국의 자사고 폐지 정책은 제동이 걸리게 됐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예정대로 오는 2025년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승소한 자사고들은 앞서 자사고들이 동일한 기준과 지표로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다는 점에서 ‘사필귀정’이라는 입장이다.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 대표(전 중동고 교장)은 “부산의 자사고를 포함해 서울 자사고들 또한 동일한 사안이기 때문에 법원이 같은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교육당국이 자사고를 적폐세력인 것처럼 몰아세워서 해당 학교들은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거듭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자사고 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