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양산되는 반자율주행 자동차의 형태는대부분 전방 장애물 센서와 차선 인식기술에 기반한다. 하지만 똑같이 해당 센서들이달려있다고 해서 모든 차가 동일한 수준의 반자율 주행성능을 보이지는 않는다. 장애물이나 차선을 식별하는정확도 차이부터 시작해 반자율 운전 모드에서운전자에게 요구하는 책임에 대한 각 브랜드의가치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수들이 얽혀있다.
반갑게도 반자율 주행장치의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있다. 국산차 브랜드를 비롯해 많은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고급차뿐만 아니라 그보다 가격이 저렴한하위 세그먼트 차에도 해당 기능을 제공한다.덕분에 반자율 주행 자동차는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가까운 존재가 됐다. 요즘 추세는 세그먼트의등급보다는 차세대 신규 플랫폼으로 개발된 차에해당 기술 접목이 유리하다. 나중에 나온 하위세그먼트의 기능이 상급을 능가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메르세데스-벤츠다.
반자율 주행 장치는 S-클래스에 먼저 선보였다.S-클래스 역시 장애물이나 차선을 잡아내는 인식률이평균 이상이었지만 2016년 데뷔한 신형 E-클래스는 더욱 정교한 시스템을 갖췄다. 전방 장애물 인식에 따른속도 조절이 더욱 부드럽고 여유롭다.빛의 밝기가 급변하는 상황이나 악천후에서도 차선을쉽사리 놓치지 않는다. 조향 결정에 있어 차선만을의지하지 않고, 정체 구간에서는 앞차의 주행 궤적을따라가는 기능과 차선 변경 기능까지 갖췄다.
앞 차와의 차간 거리를 가늠할 때 흔하게 오류를일으키는 경우가 급한 커브 구간이다. 앞서 달리는차가 커브 곡률을 따라 전방에서 옆쪽으로 비틀어지게 보이면 사라졌다고 오판해 속도를 올린다. 운전자는당황할 수밖에 없다.
또한 속도가 오르면서 커브에 진입하면 차선 이탈방지를 위한 스티어링 수정 궤적도 많아지고 반응허용 시간은 짧아진다. 결국 차로를 유지하는 난이도가높아져 대다수의 경우 반자율 주행 모드가 해제되기일쑤다. 국산차 업체 역시 빠른 속도로 반자율 주행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급격한커브로 앞 차의 추적이 중단되는 경우 사전 설정된속도로 가속하지 않고 달리던 속도를 유지한다. 코너가 끝나고 앞 차를 탐지하면 다시 차간 거리를좁히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차 외에 보행자도 구분한다.
볼보는 여기에 자전거 탄 사람이나 키가 작은 유아등을 추가로 인식할 정도로 식별 수준을 진보시켰다.일본에서 타본 테슬라 모델 S는 반자율 주행 기능면에서 아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레이더는 전방 세 개 차로에서 달리고 있는 여러차들을 다표적으로 동시에 인식했고, 상용차인지승용차인지 구분해 민첩하게 계기판에 표시한다.차선 유지 능력 역시 타사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통상적으로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이 들어간 차는 차로중앙에서 벗어나 차선에 근접할 때까지 시스템이 아무반응을 보이지 않는 영역이 존재한다.
테슬라 모델 S는 차로의 중심에서 조금이라도벗어나려 하면 운전대 조향에 개입하기 시작한다.오토파일럿 기능을 활성화하면 시스템이 매순간 아주미세하게라도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고 있음이 손끝에느껴진다. 사람이 직접 운전할 때보다 더 약하고세밀한 힘으로 끊임없이 방향을 수정한다.반자율 주행 모드에서 모델 S는 어느 한 쪽 차선으로쏠리는 기색이 전혀 없기에 운전자가 느끼는 신뢰감은더 높다.
내연 기관과 달리 전기모터 고유의 토크특성과 회생 제동 에너지 생성이 맞물려 앞 차와의거리 확보를 위해 가감속 하는 동작 또한 매우자연스럽다.
반자율주행은 유용한 기능이지만 아직까지는 사고에대한 책임이나 운전에 대한 주의 의무를 오롯이운전자에게 남겨둔다. 차가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고장애물을 피해 멈출 수 있음에도 운전자의 손이운전대에서 떨어지면 경고음을 내는 이유다.
남아 있는 숙제는 자동차와 주변 자동차 사이의 통신,도로의 통신망을 활용한 지능형 자율 주행 기술이다.더 큰 과제는 의외로 인문학에 있다. 여기엔 순간 순간판단을 내려야 하는 인공 지능 프로세서에게 특정상황에서 누구를 먼저 구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선과도덕적 개념을 프로그래밍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사고시 책임 소재에 대한 부분도 민감한 요소다.볼보는 완전 자율 주행시 사고 책임은 제조사가짊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율 주행 기능의 완성도를높이기 위한 도로 테스트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각종현행 자동차 법규의 제도적 변화 역시 자율주행차시대를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다.
여전히 부작용이 존재하겠지만,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지금보다 평균적으로 사고 발생은 줄어든다.도로 활용 효율은 높아지고 개별 에너지 소비율 역시하락하는 긍정적 효과가 생긴다.자동차 기술은 고도로 발달해서 더 이상 발전할 게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제 나올 기술이 무엇이남았을까? 없던 기술이 새로 나오는 일은 기대하기힘들지만 응용과 변형으로 범위를 넓히면 여전히가능성은 무한하다.
자동차 기술은 단순히 기계적인부분을 넘어서 사회구조와 문화를 변화시키는것까지 아우른다. 지금 현재 자동차 세계를 뒤흔들혁신 기술은 자율주행이다. 무인자동차 또는자율주행자동차(이하 자율주행차)는 말 그대로 스스로움직이는 자동차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붙잡고있지 않아도 자동차가 도로 상황을 읽어 알아서달린다. 단순히 생각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달릴 수있게 하는 기술에 국한되지만, 자율주행차가 사회에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기술의 발전보다는사회·문화와 교통 시스템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만 조작하면 페달에발을 올리지 않아도 자동차가 알아서 가고 서기를반복한다. 최근에는 차선 이탈을 감지해 차선을유지하도록 하는 기술도 적극 쓰인다. 운전자는손발을 쓸 필요 없다. 다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안전을 위해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가 나온다.페달과 시프트레버만 조작하면 알아서 주차 공간으로들어가는 주차 보조 시스템도 자율주행차에 근접한기술이다. 저속에서 충돌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서는충돌 방지 기능도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자동차 업체는 경쟁을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선보여야 한다.
자율주행차도 지속적인 기술개발압박을 받는 자동차 업체들의 탈출구 역할을 하기도한다. 자율주행차의 최종 목적은 자동차 업체입장에서는 기술 발전이 최종 목표일 수 있지만, 이와함께 사회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활성화되면 주차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심에 있는 사무실로출근한다면 사무실까지 차를 타고 가고, 차는 알아서외곽의 주차장으로 가서 대기하는 식이다. 거주지와주차공간의 분리로 도심으로 자동차가 집중하는 일을막을 수 있다.자율주행차가 가지고 올 가장 큰 변화는 자동차에대한 인식 변화에 따른 신차 판매 감소다. 굳이 직접운전을 할 필요가 없는 데다 필요할 때만 불러서 쓰면되기 때문에 자동차를 소유 하지 않아도 된다. 공유경제 차량이 각광을 받는 이유다.
결국 자율주행차가 활성화 되면 개인소유 자동차는 줄어들게 되고 공공 자동차가 늘어난다.자율주행차 선두 업체인 구글은 잠재적으로 자율주행이 대중화할 2050년 쯤이면 자동차의90%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자율주행차가 불러올궁극적인 효과는 결국 자동차가 줄어들었을 때 효과다.자동차가 줄어들면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나비용 손실이 줄어든다.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기때문에 인간의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도 획기적으로감소한다(충돌사고의 90% 이상이 운전자의 부주의때문이라고 한다). 교통사고 역시 90% 정도 줄어들어이에 따른 교통사고 관련 비용 절감액은 4000억달러(약 430조 원)에 이른다.
자동차가 줄어들고 공용으로 이용하는 문화가자리 잡으면 자동차 한 대당 활용도도 큰 폭으로높아진다. 현재 차 한 대당 활용도는 5~10%에불과하다(하루 24시간 중에 본인의 차를 이용하는시간이 얼마만큼 되는지 생각해보라). 자율주행차시대에는 대당 활용도가 75%가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출퇴근 시간에 교통 정체로 허비하는 시간은 물론 연료사용도 줄어든다. 90% 정도 감축 효과를 기대하는데이렇게 해서 절약하는 비용이 미국에서만 연간1000억 달러(약 110조 원)라고 하니 그 효과는 실로어마어마하다.출근 시간 운전과 교통정체로 인한스트레스가 사라지기 때문에 비용 절감 뿐만 아니라생산성도 큰 폭으로 향상된다. 자율주행 차는 인터넷의 발명과 보급 만큼이나 우리 삶을 송두리채 바꿀 화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