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불법체류자, 가족 부양 입증하면 체류자격 변경 가능"

송승현 기자I 2025.11.04 09:03:45

대한법률구조공단, 외국인 A씨 도와 승소 이끌어내
중증질환 배우자·미성년 자녀 부양하며 농업소득 올려
형식적 기준보다 가정 보호·인권 우선한 보호 판례로 평가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불법체류 상태였던 외국인이 한국인 배우자와의 혼인 및 가족 부양 사실을 입증해 체류자격 변경을 인정받는 판결이 나왔다.

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광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정중)는 외국인 A씨가 결혼이민 체류자격 변경 신청을 불허한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체류자격변경불허처분취소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3년 어선원 자격으로 입국한 뒤 체류기간이 만료되었으나 출국하지 않아 불법체류 상태가 됐다. 이후 대한민국 국적의 배우자와 혼인하고 결혼이민 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을 신청했으나, 출입국 당국은 소득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하지만 A씨는 중증질환을 앓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었으며, 강제출국 시 가족의 생계가 심각하게 위태로워질 우려가 있었다. 이에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은 불법체류자는 원칙적으로 체류자격 변경이 불가능하고, A씨가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이 없어 3인 가구 기준 소득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허처분을 내렸다.

이에 공단은 A씨가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국세청에 소득을 신고할 수 없었으나, 실제로 농업을 통해 꾸준한 소득이 있었고 이를 통해 배우자와 자녀의 생계를 유지하며 혼인과 양육을 책임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가족 생계가 A씨의 소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점,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배우자의 건강상태와 미성년 자녀의 양육 등 인도적 요소를 종합하면 처분청의 체류자격 불허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지법은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소득기준 미충족만으로 결혼이민 체류자격을 거부할 수는 없으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 가족이 농작물 재배·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향후에도 기준 이상의 소득을 얻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체류자격변경불허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박규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결혼이민 체류자격 변경 시 소득요건의 해석과 적용 범위를 현실적으로 제시한 의미 있는 판례”라며 “법원이 단순한 수치 기준이 아니라 가정의 실질적 보호와 구성원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을 통해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정 등 외국인 가족이 법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성을 다시 확인했다”며 “공단은 앞으로도 가정의 보호, 생계의 안정, 인권의 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모든 국민과 이주민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