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책임인가…이태원참사 1주기 앞두고 외신도 주목

이소현 기자I 2023.10.27 17:15:19

남겨진 유족들 고통 조명…진상규명 촉구 목소리
"참사 후 사임하거나 해임된 정부 관료 없어" 지적
애도 분위기에 도심 속 자취 감춘 핼러윈 장식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작년 10월 29일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로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외신들이 유가족들의 고통과 애도 분위기를 조명했다.

한 남성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남겨진 메모를 살펴보고 있다.(사진=AFP)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태원 참사 이후 여전히 아픔 속에서 사는 유가족의 사연을 전했다. 이태원 참사로 외아들을 잃은 박모씨는 여전히 아들의 방문을 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도 했다.

참사 이후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됐지만, 로이터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사임하거나 해임된 정부 고위관료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정부기관과 용산 대통령실이 극도로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정부가 우리의 노력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어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이 겪는 오해와 고통도 전했다. 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김모씨는 마약 복용이라는 근거 없는 비난을 받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 시청 앞 추모공간에서 “가슴이 아프다”며 “다시는 젊은이들이 이렇게 희생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외국인 희생자의 유가족이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해 참사 이후로 고립감을 느꼈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 26명은 미국과 일본, 이란 등 14국에서 온 외국인이었다. 이태원 참사로 동생을 잃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김모씨는 ”우리에게 보고되거나 전달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시내 번화가에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한 상점에 지난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및 휴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


블룸버그통신은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핼러윈데이를 맞은 이태원과 명동 등 서울 도심의 풍경을 전했다. 축제보다 참사를 애도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예년과 같은 핼러윈 장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태원 내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한 주인은 참사 이후엔 손님들이 안오다가 올해 여름부터 장사가 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핼러윈에는 어떻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다”면서도 “요즘 이태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번 주말에는 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작년엔 군중을 통제하는 데 실패한 경찰과 서울시 등 지자체가 혼잡한 장소에서 주의를 당부하며, 안전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핼러윈데이가 젊은층이 코스튬 파티를 여는 기회로 여겨 유통업체들의 주요 매출 행사로 자리잡았지만, 신세계백화점이나 GS리테일 등 일부 업체들이 애도 분위기로 장식품 전시나 이벤트 프로모션을 자제하고 있다는 소식도 알렸다.

이밖에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광란의 파티가 벌어지는 이웃나라 일본도 긴장 태세다. 일본 도쿄 최고 번화가 시부야 구청장은 두 달 연속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방문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이태원 사고와 같은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며 “핼러윈이 목적이라면 시부야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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