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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도 수원 볼트크리에이션 연구소에서 만난 최상준 대표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21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소재·부품 전문기업 볼트크리에이션은 최근 3년의 연구 끝에 초경량 폴리에스터(pet) 필터 마스크를 개발했다.
혹시 최근 ‘마스크 대란’에 편승해 급조한 제품이 아닐까. 최 대표는 시제품 착용과 함께 폴리에스터 필터를 직접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라고 권했다. 필터에는 20㎛(마이크로미터) 지름의 작은 구멍들이 촘촘하게 타공된 상태였다. 시제품 착용 후 호흡을 해보니 KF94 마스크보다 숨쉬기가 훨씬 수월했다. 마스크 겉부분은 의료용으로 많이 쓰이는 폴리에틸렌(pe) 소재를 적용해 부드러웠다. 탈부착이 가능한 필터로 알콜이나 물로 세척하면 최소 6개월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무게도 일반 부직포 마스크와 큰 차이가 없었다.
최 대표는 “부직포로 만든 일회용 마스크의 가장 큰 문제는 호흡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저희가 개발한 폴리머 필터 마스크는 간편하게 알콜이나 물로 소독할 수 있고, 비말이나 미세먼지를 차단하면서도 공기투과도는 높아 호흡이 수월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볼트크리에이션은 미세먼지·꽃가루 차단기능을 갖춘 20㎛ 제품을 양산하고 일본에 수출할 준비도 마친 상태다. 일반 보건용 마스크인 KF94처럼 비말을 차단할 수 있는 5㎛ 제품은 4월 중순부터 대구·경북 지역 의료진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국내 마스크 제조기업과 협업해 중국 수출도 논의를 마친 상태다. 다만 일반 마스크가 식약처 인증을 받는 것과 달리, 페이스 바이오 가드는 생산 방식 자체가 달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의뢰해 필터 성능 인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핵심은 5㎛ 정도 크기의 비말을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라며 “이미 필터의 이물질 차단 성능은 수차례 검증받았다”고 설명했다.
볼트크리에이션은 일본이 독점하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용 파인메탈마스크(FMM) 가공 기술과 장비를 국산화한 ‘소부장’ 벤처기업이기도 하다. 2015년 설립된 이후 포스코·우리은행 등으로부터 약 50억원 투자를 받고 오로지 국산화 기술 개발에만 매진해왔다. 특히 FMM은 볼트크리에이션이 폴리에스터 필터와 함께 가장 연구에 심혈을 기울인 분야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 가상·증강현실(VR·AR)용 OLED 공정에 쓰이는 FMM은 현재 시제품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조만간 국내외 유명기업과 실제 생산공정 시연을 앞두고 있다. 큰 이상이 없다면 1년 안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예상 매출 규모만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최 대표는 “회사가 가진 독보적인 에칭(식각) 기술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꾸준하게 만들어 낼 것”이라며 “소재·부품 국산화를 뛰어넘어 세계화를 이뤄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크리에이션’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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