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를때 저소득층 고통 더 심해… 인플레도 '양극화'

장영은 기자I 2024.12.18 14:00:00

한은,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물가 뛸 때 저가 상품이 고가 상품보다 3배 더 올라
수입원자재 값 급등·저렴한 상품으로 수요 이동이 원인
"물가안정 중요…인플레시 할당관세·저가상품 선별 지원"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와 같이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저소득층의 물가 고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한 가격의 상품의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르는 ‘칩플레이션(Cheapflation)’이 발생해 저가 상품을 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상승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래 2개에 5000원이던 A브랜드 소시지가 5500원으로 10% 오르는 동안 같은 중량에 4000원이던 B브랜드 제품은 4900원으로 20% 넘게 오르는 식이다.



◇인플레 국면서 저렴한 상품 가격 더 많이 올라

조강철 물가동향팀 차장은 17일 물가목표상황 점검회의에 보고한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후 주요국에서는 저렴한 상품의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한 칩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로 인해 취약계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심화됐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번 분석에는 3000여개 조사대상 판매점들의 주별·상품별 가공식품 판매기록을 저장한 대한상공회의소의 스캐너 데이가 활용됐다. 분석 대상기간은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월부터 2023년 9월이다. 상품 가격대별 상승률을 분석하기 위해 2019년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동일 품목 내에서 가장 가격이 낮은 상품을 1분위로, 가장 비싼 상품을 4분위로 분류했다.

조사 기간 동안 가격 분위별 누적 상승률을 보면 1분위 저가 상품 가격 상승률이 16.4%인 데 비해 4분위 고가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5.6%에 그쳤다.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을 보면 팬데믹 이전에는 저가와 고가 상품 간 상승률의 격차가 미미했으나,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기에는 상승률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

반대로 2023년부터는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의 진전으로 이전 기간 크게 올랐던 1분위 상품의 가격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둔화하면서 상승률 격차가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칩플레이션 발생 원인은 수입 원자재가격 급등과 저가 상품으로의 지출 전환이 꼽혔다. 저가 상품의 경우 제조 과정에서 원재료 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산 재료보다 가격이 비교적 낮은 수입 원자재가 많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고,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보다 저렴한 상품이나 판매점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해당 상품의 가격은 더 높아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자료= 한국은행)


◇가계도 어려운데…물가 급등기 선별 대책 필요

칩플레이션은 가계 소득계층 간 실효물가의 격차를 벌림으로써 인플레이션 불평등 심화로 이어진다. 2019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에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 실효물가의 누적 상승률은 13.0%로, 상위 20% 고소득층의 11.7%에 비해 1.3%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소득분위별 소비품목 구성 차이에 따른 물가상승률 격차는 1.1%포인트로 나타났는데, 칩플레이션에 소비품목 차이 효과까지 더하면 소득에 따른 인플레이션 불평등은 더욱 커진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가계 소득이 적어 안그래도 물가 상승에 취약한 저소득층의 체감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지면서 고소득층보다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뜻이다.

조 차장은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향후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에 특히 중·저가 상품의 가격 안정에 집중함으로써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공급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할당관세나, 가격급등 품목에 대한 할인지원 시 중·저가 상품에 선별 지원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

(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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