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0년 KGC인삼공사와 고려인삼학회가 공동 진행한 연구가 계기가 됐다. 당시 연구 과제 600건을 분석한 결과 홍삼 추출물의 혈당 조절 효능을 첫 확인했다. 다만 그 원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는 못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2017년 ‘홍삼의 장기복용 안전성’ 검증을 위해 진행했던 임상 결과에 있었다. 1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홍삼 성분이 식이호르몬 ‘GLP-1’을 증가시키고 체내 인슐린 분비를 늘려 혈당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정 연구원의 성과는 이런 예측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입증한 데 있다. 정 연구원은 “홍삼을 섭취하면 GLP-1이 증가해 인슐린 저항성과 당대사 조절 효과가 나타나는데, 당뇨 진단 기준인 공복혈당, 식후 2시간 혈당, 당화혈색소가 모두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연구에는 어려움도 따랐다. 홍삼의 혈당 조절 기능성에 대한 구체적 연구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었다. 참고 데이터도 실험 로드맵도 모두 새로 마련해야 했다. 연구에는 약 8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정 연구원은 “특히 GLP-1은 건강기능식품 임상에서 흔히 확인하는 지표가 아니다”며 “이를 의학적으로 뒷받침해줄 의료연구자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했다.
이번 실험의 사회적인 의미도 크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현재 당뇨병전단계 인구는 1400만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2030대 인구 중 약 303만 2240명(21.8%)이 당뇨병전단계를 앓고 있다. 당뇨는 한번 악화하면 치료가 쉽지 않은 병이다. 이 때문에 예방 관리가 중요하다. KGC인삼공사는 최근 이번 KGC05pg를 이용한 혈당 관리 브랜드 ‘지엘프로’를 론칭하기도 했다.
정 연구원의 홍삼에 대한 연구는 이게 끝이 아니다. 그가 속한 소재팀은 현재 홍삼의 호흡기 건강 기능성과 관련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인체시험 전 진행하는 동물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발견해서다. 쥐의 기도 내 염증 감소 등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정 연구원 개인에게 있어서도 큰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막연히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 개발에만 꿈이 있었다. 하지만 기능성 원료를 연구하면서 애초에 질병을 예방하는 원료를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정 연구원은 “소위 부동산 시장에서 말하는 똘똘한 한 채처럼 앞으로 ‘똘똘한 기능성 원료’를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며 “대사질환 관련 기능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다양한 기능성 원료를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