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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달 수도 스톡홀름에서 벌어진 쿠란 소각 시위에 대해 “스웨덴 정부는 개인이 저지른 이슬람 혐오 행위가 무슬림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스웨덴 정부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는 이런 행위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쿠란이나 다른 경전을 불태우는 건 공격적이고 무례한 행위이며 명백한 도발”이라며 “인종 차별이나 외국인 혐오, 그와 관련된 편견을 표출하는 건 스웨덴 등 유럽에서 용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라크계 스웨덴 이민자인 살완 모미카는 지난달 28일 스톡홀름에서 반(反)이슬람 시위를 벌이며 쿠란을 불태웠다. 그는 불을 붙이기 전에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음식인 돼지고기를 쿠란 위에 올려 쿠란을 모욕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시위가 열린 시점도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와 같은 날이었다.
이슬람 국가들은 모미카는 물론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반이슬람 시위를 허용한 스웨덴에까지 분노를 쏟아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 등은 자국 주재 스웨덴 대사를 초치히며 항의했다. 이슬람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회원국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스웨덴은 나토 회원국 중 유일한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의 반발을 특히 염려하고 있다.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난해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지만, 튀르키예가 지속적으로 어깃장을 놓으면서 두 나라는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쿠란 시위 다음 날 “신성한 무슬림의 신성한 가치에 대한 모욕이 사상의 자유가 아니라는 걸 오만한 서방에 가르쳐주겠다”며 엄포를 놨다.
이슬람권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자 스웨덴도 입장을 바꿨다. 시위 직후만 해도 “시위대와 스웨덴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며 선을 긋는 정도였지만, 이젠 적극적으로 시위대를 비판하고 있다. 논란을 일으킨 모마카는 현재 특정 인종 집단에 반대하는 선동을 했다는 혐의로 스웨덴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