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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마다 검경에 쏟아지는 정치권 고발장…"네거티브 전략 지양해야"

하상렬 기자I 2022.03.04 15:59:25

''대선 목전'' 후보 및 관계자 향한 고발장 쏟아져
고발 전문 시민단체는 물론 정당들까지 직접 고발전 가세
이미지 깎는 정략적 고발…법조계 "지양해야"
"터무니없는 사건, 수사기관이 빠르게 각하 처리해야"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 관련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장이 수사기관에 쏟아지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 고발장 접수 즉시 피고발인은 피고인이 돼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되는데, 법조계에선 이 같은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지양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선관위 주관 TV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무더기로 접수된 대선 관련 정치인들 고발 사건을 선거 전담 부서인 공공수사2부(부장 김경근)에 배당했다. 공공수사2부는 해당 사건들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은 지난 2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공직선거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장관 신분임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운동을 돕기 위한 사회관계망(SNS)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취지에서다.

법세련은 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지난 1일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1000명일 때 9번 만에 된 반면, 이 후보는 300명 뽑을 때 두 번 만에 됐다며 윤 후보가 지적으로 뛰어난 것 같지 않다고 언급한 것이 사실이 아닐뿐더러 윤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야권을 향한 시민단체의 고발장도 잇따르고 있다. 여권 성향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달 28일 윤 후보의 ‘부동시’(양쪽 시력 차이가 나는 것) 논란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윤 후보가 허위 부동시로 병역을 기피했고, 2019년 검찰총장 인사 청문회 당시 이를 의식해 또다시 부동시 판정을 허위로 받았다는 것이다.

고발 전문 시민단체의 ‘대리전(戰)’뿐만 아니라 여야 정당도 직접 ‘고발전(戰)’에 뛰어들고 있다. 민주당은 그간 윤 후보를 선거대책본부 임명장 무작위 발급 의혹, 부인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허위 해명 혐의, 대장동 녹취록 속 ‘그분’을 이 후보로 지목한 허위사실공표 혐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봐주기 수사 의혹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의힘도 이 후보와 관련해 부인 김혜경 씨의 공무원 사적 동원 의혹과 거짓 해명 의혹, 윤 후보의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 TV토론에서의 ‘대장동 녹취록’ 왜곡 공개 의혹, 검사 사칭 전과 기록 허위 소명 의혹 등으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선거철 쏟아지는 고발장을 바라보는 법조계 시각은 달갑지 않다. 고발 대부분이 실체적 진실과 별개로 상대방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한 정략적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형사고발을 당한 피고발인은 피의자로 분류돼 ‘피의자 후보’라는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력과 행정비용이 낭비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검경은 고발장 접수와 동시에 사건을 입건하고, 특정 부서에 배당해 검토에 들어간다. 정작 수사가 필요한 곳에 수사력이 쓰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자동 입건’ 방식은 공수처도 추진 중이다.

검경은 수사력 낭비를 막기 위해 요건이 부족한 고발을 각하·반려시키는 제도를 갖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각하 대상 고소·고발 사건의 신속 처리에 관한 지침’을 제정해 온라인 게시글 등만을 근거로 한 단순 사건은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각하할 수 있도록 제정했다. 경찰도 2006년부터 요건을 갖추지 못한 ‘엉터리’ 고소·고발에 대해선 민원인의 동의를 받아 반려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검경 안팎에선 고발장 남발 자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특히 선거철에 고발장 접수가 증가한다. 정당들은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네거티브 전략을 지속적으로 택해 오고 있다”며 “이 같은 선거 전략을 지양하는 선진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정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법 영역에 넘기는 행태는 적절치 않다”며 “정치권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터무니 없는 고발 사건에 대해선 빠르게 각하 처리를 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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