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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했고 부진했다"..11년만에 전면 나선 이재현 회장의 자기반성

김보경 기자I 2021.11.03 14:48:49

"신성장동력 발굴·미래대비 못했다" CJ그룹 '성장정체'로 진단
주춤한 사이 플랫폼 기업들 성장, 경쟁격화로 성장 더뎌
컬처·플랫폼·웰니스 등 4대 성장엔진 중심 3년간 10兆 투자
공격적 인재확보·파격 보상 등 일하는 문화 혁신도 추진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11년 만에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현 회장의 첫 마디는 “주저했고, 부진했다” 였다. 3일 그룹 본사 및 계열사 사내방송을 통해 미래 비전을 설명한 이 회장은 통렬한 자기반성을 통해 이대로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을 드러냈다. 이 회장이 2010년 ‘제2 도약 선언’ 이후 임직원 앞에 나서 미래 비전을 발표한 배경엔 그룹이 그만큼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3일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그룹 혁신성장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CJ그룹)
“최근 3~4년 사이 우리는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정체의 터널에 갇혔다.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실책“이라고 자성할 정도로 위기감이 고스란이 전해졌다.

이날 공개된 총 19분53초의 동영상은 이 회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MZ세대를 포함한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영상 도입부는 해외 포함 각 계열사 40여명의 임직원들이 변화와 성장의 방향과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강한 실행 의지를 드러냈다. 임직원들은 끝으로 ”이재현님은요?“라고 묻자 곧 이어 이 회장이 등장해 약 7분30초가량 대화를 이었다. 이중 첫 머리의 통렬한 자기 반성에서 이대로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나타났다.

(이미지=CJ그룹)
CJ는 1995년 ‘독립경영’ 이후 4대 사업군(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신유통&물류)을 완성하며 국내 유일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0년 매출 11조원으로 10조원으로 돌파한 후 5년만인 2015년에는 두배인 21조1000억원대로 키웠다. 이 회장이 2017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 M&A)으로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2017년 브라질 단백질 소재 기업 셀렉타, 2019년 미국 식품기업 슈완스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오 해외사업 확대, 올리브영 고속 성장 등으로 2019년에는 매출 33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2019년 CJ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하는 등 경영 방향을 급선회했다. 외연 확대보다는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혁신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게 됐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그보다 앞선 재무구조 개선이 호재가 되기도 했지만 그 사이 국내외 플랫폼기업들의 영역확장과 기존 산업 내 경쟁 격화로 과거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뎌졌다. 지난해 CJ그룹의 연결 기준 매출은 32조원으로 전년(33조7000억원)대비 소폭 감소했다.

CJ그룹의 4대 미래성장엔진(C.P.W.S)
‘혁신’을 추구하던 그룹 문화도 급격히 성장한 플랫폼기업들에 비하면 ‘올드’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회장은 이날 ‘CJ의 대변혁’을 선언했다. 이 회장은 CJ의 4대 성장엔진으로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를 꼽으면서 “우리의 일상을 항상 건강하고 즐겁게, 전세계인의 삶을 흥미롭고 아름답게,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새 지향점”이라고 선포했다.

2024년 개장을 목표로 최근 경기도 고양시에서 첫 삽을 뜬 ‘CJ라이브시티 아레나’는 대표적인 미래 사업으로 꼽힌다. 이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CJ라이브시티는 K-컬처를 알리는 대표적인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의 건강기능식품 사업 포트폴리오도 강화도 주목할만한 행보다. 개인맞춤형 토탈 건강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을 인수했으며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진출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장은 특히 앞으로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조직 내 유·무형의 역량을 집중하고 최고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일터를 만들어 제3의 도약을 이룬다는 복안이다. ‘미래와 인재’를 그룹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잡은 것이다. 이 회장은 “초격차역량 확보와 새로운 영역와 영토로의 확장을 위한 혁신적인 M&A 등을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CJ그룹은 이를 위해 4대 혁신성장 분야에 오는 2023년까지 10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중 절반 가량인 4조3000억원을 브랜드와 미래형 혁신기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환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CJ그룹은 조직문화와 인사의 혁신도 단행한다. 이 회장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라며 “‘하고잡이’들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 동안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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