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문재 기자]“10년의 긴 잠 이후 태국의 인수합병(M&A) 시장이 새로 태어났다. 지금 태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원기왕성하고 흥미로운 M&A 시장 가운데 하나가 됐다”(콜린 밴필드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 M&A부문 대표)
태국기업의 M&A 식탐이 부각된 것은 최근 타이베버리지사의 짜런 시리와타나팍디(Charoen Sirivadhanabhakdi) 회장이 지난달 싱가포르 최대 음료·부동산업체 프레이저앤니브(Fraser and Neave·F&N) 인수전에서 인도네시아 재벌 리포그룹, 일본 주류업체 기린홀딩스를 제치고 승리하면서부터다. 차로엔 회장이 제시한 인수 대금 규모는 우리돈으로 12조원이 넘는다.
이같은 M&A 사재기에 의해 태국의 은둔형 거물 재벌들은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그들은 해외 자산 매각 경쟁에서 강력한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바트화 강세와 주식 활황세, 그리고 태국기업들의 해외 진출 야망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태국 기업들은 오는 2015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경제공동체 출범에 대비해 몸집을 키우려는 움직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파놉 안수신하 카시콘뱅크 투자은행부문 대표는 “바트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태국 기업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통큰 M&A 앞장설 듯
태국기업의 M&A 성적은 올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파놉 대표는 “올해 역시 M&A 전망이 밝다”며 “지난달 타이베버리지의 F&N 인수 규모가 3000억 바트(약 11조원)를 웃돈다. 올해 M&A 거래는 지난해보다 분명히 많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PTT나 시암시멘트그룹, 반푸 같은 대기업 재벌들은 아세안 안팎에서 계속해서 M&A의 리더가 될 것”이라며 “외국 은행들이 아세안을 넘어 더 큰 거래를 노리는 대기업들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정치적 상황이 M&A와 기업공개(IPO)의 규모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다프네 로스 ABN암로 아시아주식리서치 대표 역시 “올해는 태국 기업들이 자본을 얻고 성장을 추구하는 최고의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아로노비치 모간스탠리 동남아시아 투자은행 공동대표는 “산업부문에 걸쳐 수많은 태국 기업들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기회를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업들에 있어 아시아태평양지역은 원래부터 관심대상이었다”며 “아시아 이외, 특히 유럽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애널리스트와 은행들은 올해 태국의 M&A 규모가 지난해만큼 호조를 보이기는 어렵다며 이같은 거래 활동은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지만 현재로선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M&A꾼’ 日·中, 지난해 사상 최고 활약
태국의 급부상에 조금 빛이 바래기도 했지만 아시아 M&A 맹주는 여전히 일본과 중국이다.
지난해 일본의 해외 M&A는 515건, 7조3000억엔(약 88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했고, 중국 역시 572억달러(약 62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두 나라 정부가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각 기업의 M&A를 지원한 결과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중견기업들의 해외 M&A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트라가 이달 초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M&A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코트라가 최근 강소·중견기업 136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12%가 해외 M&A에 관심을 보였고, M&A에 관심을 가진 기업들은 해외 유망 매물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