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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판사는 “죄질이 매우 무거우나 피의자가 법원 심문에 출석해 대부분 범행을 자백했다”며 “검사가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적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증거가 이미 충분히 확보됐다는 이유로 구속이 무산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신현성 씨는 최근 “범죄 사실관계가 상당히 규명됐고 추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을 면했다.
아울러 ‘허위 뇌전증’ 혐의를 받는 래퍼 라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거지에 침입한 유튜브 매체 ‘더탐사’ 피의자들도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의 수사가 잘 됐기 때문에 영장이 기각되는 셈이다.
이는 형사소송법이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불가피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엄격한 조건을 두고 있는 만큼 구속수사 역시 필요할 때만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원리다.
◇ 영장심사서 혐의 인정…검찰·법무부·국회 결정 뒤집는 변수 됐나
혐의를 부인하던 하 의원이 막판에 혐의를 인정한 것도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중요한 변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지난달 30일 체포동의요청 발표에서 “하 의원은 불법 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정도 돈을 받은 사건은 거의 예외 없이 구속기소됐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피력했고, 결국 체포동의안은 찬성 160명, 반대 99명으로 가결됐다.
하지만 구속심사를 마친 창원지법은 “피의자는 그동안 혐의를 극구 부인하다 심문에서 대부분 범행을 자백했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한 장관은 체포요청 발표에서 하 의원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본인 육성 녹음파일 △CCTV 영상 △보좌관이 촬영한 현금다발 사진 △보좌관 업무수첩 △현금입출금 내역 △현금이 든 봉투 등을 제시했다.
검찰이 인적·물적 증거 확보와 유죄 입증을 강하게 자신하고 있는 만큼, 하 의원 측은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편이 양형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표에 따르면 ‘진지한 반성’은 뇌물범죄 감경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피의자가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한 경우 ‘반성하는 태도’로 인정돼 검찰이 구형량을 낮추거나 재판부가 직접 형량을 낮추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