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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쇼크 파격 대응…국민영웅 등극한 페루 35세 女장관

방성훈 기자I 2020.05.07 14:33:24

과감한 실업자·소상공인 지원으로 국민적 인기
다리 위 플래카드 걸리고 SNS선 동영상 급속 확산
블룸버그 '페루의 록스타'·WSJ '히로인' 묘사
전통적 정부 불신 국가 페루서 75%, 87% 지지율

마리아 안토니에타 알바 페루 재무부 장관.(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국에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있다면 페루에는 마리아 안토니에타 알바 재무장관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치게 된 여성 지도자들의 얘기다.

알바 장관은 미 하버드대 출신으로 올해 35세에 불과한 젊은 여성 지도자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무명 장관이었고, 페루에서조차 이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정부가 밀레니얼 세대 할당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임명한 관료주의의 희생양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페루에서 ‘토니(알바 장관의 이름을 줄인 애칭)’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페루의 수도 리마의 한 다리 위에는 그의 사진과 함께 ‘용기와 위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소셜미디어(SNS) 상에선 ‘당신과 사랑에 빠져 미칠 것만 같다’는 살사 배경 음악이 첨부된 그의 동영상이 널리 퍼지고 있다.

알바 장관이 페루의 영웅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와 맞서 페루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을 주도하면서부터다. 지난 3월 말 경기부양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이 GDP의 10%, 브라질과 칠레가 GDP의 6%, 다른 남미 국가들은 훨씬 더 적은 비중의 재정을 경기 부양에 투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알바 장관의 주도 하에 페루 정부는 19세기 전쟁 이후 가장 가파른 경제 쇠퇴에 맞서 1인당 최대 재정지출로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에게 한 사람당 약 110달러의 실업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도 알바 장관의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일조했다. 페루의 1인당 국민소득이 7047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도 내놨다. 페루 정부는 경기부양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GDP 대비 12% 금액 중 공공지출 및 세액공제에 들어가는 7%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체들을 지원하는데 쓰고 있다.

아울러 스포츠 선수들의 숙소를 코로나19 치료시설로 변경해 3000개의 병상을 마련했고, 하루 1만건 이상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민들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알바 장관의 처신에 페루 국민들은 열광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두 여론조사업체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알바 장관에 대한 지지도는 각각 75%, 87%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과 WSJ은 그를 ‘록스타’와 ‘영웅’이라 칭했다. 알바 장관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일하는 현장을 따라다니면서 페루의 극심한 가난을 목격했고, ‘페루를 바꾸고 싶다’는 꿈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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