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정병묵 기자] 금리 1%대 시대에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상품이 투자대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기초자산이나 상환구조 등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낮은 은행 예·적금 금리에 실망한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안정성을 대폭 높이고 상환조건을 완화한 ELS를 출시하는가 하면 비슷한 기초자산과 구조에서 벗어나 차별화를 추구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이목 끌기에 나섰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대신증권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맥도날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선보였다. 시가총액 100조원 이상의 초우량 글로벌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100조클럽 ELS’ 중 첫 번째 상품이다.
지난 2007년 대신증권 등 국내 증권사는 도요타, 신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해외 종목 ELS 시대를 열었다. 이어 애플, BMW 등 미국과 독일 기업으로까지 ELS 기초자산이 확대됐지만 2011년 이후로는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저금리 기조로 접어들면서 ELS 투자수요가 늘고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자, 해외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종목형인 만큼 추구 수익률도 높다. 조기상환 평가일에 최초 기준가격의 85% 이상이면 연 9.1%의 수익을 제공하고 만기까지 주가가 6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손실 입을 일이 없다. MS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내놓은 2호 상품은 월지급식 상품으로 매월 수익지급평가일에 두 기초자산이 기준가격의 60%만 넘으면 월 0.7175%의 수익을 제공한다. 연 수익으로 환산하면 8.61%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가 너무 한 종목과 구조에 집중되면 투자자 입장에서 다양성도 떨어지고 집중화로 인한 리스크도 높아진다”며 “해외 종목 ELS는 기존 상품의 조기상환 기준이나 손실구간 조건을 변경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기초자산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높이 평가할 만 하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ELS 기초자산이 손실 구간에 진입하면 만기가 최대 2년 연장돼 시간을 벌 수 있는 ‘뉴하트형 ELS’를 개발해 작년 말 금융투자협회에서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받았다. 일반 스텝다운형 ELS에 비해 안정성은 강화되고 수익을 올릴 기회도 많아진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첫 조기상환 가격을 기준가의 75%로 대폭 낮춘 ELS를 내놓기도 했다. 작년 첫 조기상환 조건을 80%대로 낮춘 신한금융투자의 ‘첫스텝 80시리즈’ ELS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 상환 조건이 70%대로까지 낮아지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은행 고객을 잡기 위해 중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안정성을 크게 높인 ELS를 내놓는다. 1차 조기상환 가격을 기준가의 75%로 낮추고 만일 손실구간에 진입했더라도 손실률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상품이다.
이에 앞서 작년에 첫선을 보인 스탠바이 ELS는 가입 후 한 달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2% 이상 하락하면 그날 종가를 기준가로 삼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인기몰이를 했다. 주가가 낮을 때 ELS에 가입해 좀 더 안정성을 높이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읽은 것이다.
한국증권 ELS 발행 담당자는 “요즘 내놓는 ELS는 저금리로 인해 은행에서 이탈하는 고객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원금 비보장이긴 하지만 손실 가능성을 낮춘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다양성 역시 안정성 강화라는 큰 틀 안에서 추구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기초자산이나 수익구조의 상품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해외 종목 ELS도 잠깐 발행됐다가 시들해졌고, 삼성증권이 사전에 정한 8번의 가격결정일 중 최저 가격으로 정하는 룩백(look-back) 구조의 ELS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보기 어려워졌다.
한 대형사 ELS 발행 담당자는 “ELS의 상품구조와 기초자산에 대해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가입을 권유하고 판매할 수 있는데 구조가 복잡하거나 기초자산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기 힘들다면 어려울 수 있다”며 “새로운 ELS가 계속 발행될지는 좀 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