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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5일 당시 30살이던 서울시 공립학교 교사 A씨는 수능 고사장 감독업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수험생 B씨의 연락처로 같은 달 25일 “사실 B씨가 맘에 들어서요” 등의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에 A씨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고인은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피고인은 개인정보처리자인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수험생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받았으므로 구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의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며 A씨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개인정보취급자가 개인정보처리자의 업무 수행을 위해 개인정보를 이전받는 경우, 이는 구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가 규정한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은 본래의 수집·이용 목적 범위를 넘어 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업무처리와 이익을 위해 개인정보의 지배·관리권이 이전되는 것”이라며 “개인정보처리자가 지배·관리권을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로 이용하는 것과는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정보취급자는 개인정보처리에 관한 독자적 이익을 위해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며 “공립학교 교사인 피고인은 개인정보처리자인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지휘·감독 하에 수험생들의 개인정보를 처리한 자로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할 뿐”이라고 판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교사, 공무원 등 공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의 개인정보 오남용 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개인정보취급자’와 독자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제공받은 자’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했다.
한편으로는 개인정보취급자의 개인정보 오남용 행위에 대한 법적 공백을 확인한 사례로도 볼 수 있다. 다만 2023년 개정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제71조 제10호, 제59조 제3호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
한편,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다른 조문으로 공소장 변경을 하는 경우 구법 하에서도 처벌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향후 후속 판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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