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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와 KG제로인 주최로 17일 오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2022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 특별 세미나 발표에서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ESG 행동주의를 통해 대체투자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SG 요소를 적극적으로 대체투자의 영역으로 가져온다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 지금보다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의장은 국내 1세대 가치투자가다.
이 의장이 꼽은 ESG 투자 부상의 주요 배경은 △기후변화 △세대변화 △정세변화다. 팬데믹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확대된 한편, 공정 화두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주요 소비자로 부상하면서 ESG 투자 확산의 방아쇠를 당겼다.
기존엔 유럽이 주로 ESG 투자를 주도했지만 미국 역시 바이든 행정부 이후로 ESG 드라이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 의장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벌었고,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미 ESG는 대체투자 영역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전체 사모투자 AUM의 36%가 ESG 투자에 해당한다. ESG 정책을 수립한 PE의 비중 역시 △유럽 63% △북미 37% △아시아 15%에 달한다. 아시아는 아직 다른 지역에 비해 비중이 낮은 만큼 오히려 발전 여지는 크다.
이 의장은 ESG 요소를 반영한 ‘우호적 행동주의’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ESG에 문제가 있으면서도 이를 개선할 여지가 있는 기업에만 투자한다”며 “의지가 있는 기업에 대해 투자하고 컨설팅하면서 관리하고 지원하다가 적정 주가에 엑시트(자금회수)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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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의 부상과 함께 꾸준히 제기되는 시장의 의문 중 하나는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가 정말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의장은 “ESG에 가치투자를 결합한 전략은 앞으로도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투자환경의 변화는 우호적 행동주의 전략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3%룰 강화로 우호 주주 필요성이 대두했고 국내 주요 상장사 CEO의 연령대가 높아져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 의장은 “이러한 환경 변화가 진행되면 앞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라이프자산운용은 한 코스피 상장사에 우호적 행동주의 전략으로 투자해 투자 진입시점 이후 약 63%의 수익률을 냈다.
발표 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허장 행정공제회 투자사업본부장(CIO)은 “행동주의는 국내 선례가 있기도 하고 국내 기업이 투명성이나 지배구조 이슈가 심각한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공적인 성격이 있는 공제회는 적대적인 행동주의에는 참여가 쉽지 않지만 우호적 행동주의에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해 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규홍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 역시 “ESG 투자를 한다고 하면 ‘수익률을 희생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ESG 투자와 수익률은 비례관계”라며 “사학연금은 자금을 위탁하는 운용사에 ESG를 꼭 평가하도록 하고 있고 앞으로도 배점을 늘려가면서 ESG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