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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형 키즈카페 추진나선 서울시…뿔난 자영업자 “폐업하란 소리냐”

김기덕 기자I 2021.10.25 15:38:24

서울시, 자치구와 협업해 내년 ‘서울형 키즈카페’ 추진
오세훈 아동보육 주요 공약…시간별 이용금액 확 낮춰
민간업체 “코로나19로 매출·손님 뚝…경쟁시 문 닫을판”
서울시 “민간과 공생 방안 검토, 자치구별 수요조사 중”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공공형 키즈카페 사업을 본격화하자 민간 사업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공공에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키즈카페가 들어서면 당장 존폐기로의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게 민간업체 측의 주장이다. 시는 즉각 민간과 상생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당장 뾰족한 대안을 내놓기가 어려워 향후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주말에도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외출을 자제하면서 상당수 키즈카페가 개점휴업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의 한 키즈카페.(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부터 서울형 키즈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부지 물색을 위한 수요 조사를 진행 중이다. 자치구별로 공실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유휴부지에 놀이공간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시는 우선 내년 14곳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지정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그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번 방안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4·7 보궐 선거 당시 내세웠던 대표 보육 공약 중 하나다. 기존 키즈카페를 이용하는데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고 미세먼지, 날씨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공공형 실내놀이터인 키즈카페를 조성하기로 한 것. 자치구가 해당 부지를 물색하면 시비를 전액 투입하거나 자치구와 협업해 지원을 할 계획이다.

문제는 기존 민간업체와의 공존 여부다. 기존 민간 키즈카페의 운영시간당 요금은 2시간당 약 1만~2만원이지만, 시립 키즈카페는 이보다 최대 10분의 1 수준인 2시간당 2000~3000원 정도로 가격을 대폭 낮출 계획이다.

이를 두고 민간업체는 반발은 만만치 않다.

서대문구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박기명(가명)씨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손님이 없어 매일 파리만 날릴 정도로 어려워 당장 임대료를 내기도 빡빡한 상황”이라며 “공공에서 새로운 형태의 놀이시설이 들어오면 당연히 영업이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된 대안도 없이 자영업자를 죽이는 행태로 밖에 이해가 안 된다”고 푸념했다.

영등포구에서 키즈카페를 10년째 운영 중인 이수진(가명)씨는 “(공공 키즈카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그나마 버티고 있는 골목상권을 낭떠러지로 떠미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민간에도 서울시가 공동으로 협약을 맺어 예약자를 받는 등 일부 지원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민간업체의 의견을 수용하지만 당장 이용요금이나 운영 방식 등을 바꾸지는 않을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부모들이 보육 부담도 높아진데다 아이들이 집콕 생활을 벗어나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를 만들기로 한 것이 정책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민간과 같이 대형 놀이공간으로 운영하지 않아 영업에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가 첫 설립시 지원을 하지만 직접 운영은 자치구가 하기 때문에 앞으로 관련 민원을 접수해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보릿고개를 겪는 민간 영역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별도 제한 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미숙 한국아동복지학회 감사는 “민간 키즈카페의 가격 부담이 높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시립 키즈카페는 맞벌이나 한부모가족 등 돌봄 부담이 있는 가정이나 경제 취약계층 등 이용 대상자를 좁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사전 예약을 받거나 이용 인원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보육 관련 주요 공약인 서울형 키즈카페 사업 소식에 민간 키즈카페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어린이집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오 시장이(사진 왼쪽)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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