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 기자]호텔신라(008770) 주가가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올들어 두 배 넘게, 지난해 이후 세 배 넘게 오른 탓에 쌓여온 상승 피로감에 얼핏 악재로 보이는 소식에 요동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이날 전일보다 11.16% 급락한 10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때 하한가 바로 위 호가까지 주저 앉았다가 낙폭을 다소 줄였다. 하룻새 5200억원의 시가총액이 줄었다.
야권에서 면세사업자가 벌어 들이는 영업이익의 15%를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납부토록 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락했다.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전일 관광진흥개발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제 법안 발의 단계인 만큼 실제 현실화할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다팔기에 바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비정상적인 뉴스에 비이성적인 반응”이라며 어이 없어 했다. 박 의원 측은 카지노의 경우 매출의 10%를 관광진흥기금으로 조성하고 있고 경마는 16%의 레저세를, 홈쇼핑사업자는 영업이익의 15% 범위에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연구원은 “면세사업이 사행산업도 아닌데다 사업자들이 그저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게 아니다”며 “국내 면세점은 중국 관광객이 선호할 만한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이것이 마트나 백화점 등 다른 유통채널은 찾지 않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돈을 벌고 있으니 세금을 뜯어 보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텔신라 주가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관세청장이 ‘대기업에 면세점 신규 운영권을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호텔신라 주가는 8.81% 급락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급락현상을 그간 주가 움직임에서 찾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호텔신라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사업자 선정과 함께 중국 및 일본 관광객 특수 덕분에 지난해부터 무섭게 주가가 올랐다. 정부의 서비스업 활성화와 내국인 대상 면세 한도 확대 등의 소소한 재료도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줬다.
지난해 1월 4만1400원을 저점으로 가장 주가가 높았던 지난달 18일 13만5500원까지 세 배 넘게 뛰었고, 올 들어서도 주가상승률이 고점 기준 144%에 달하고 있다. 쉼없는 주가 상승에 각종 밸류에이션 지표들은 끝없이 치솟아 있다.
이날 종가 10만75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실적 기준 주당순이익비율(PER)은 398.15배, 주당순자산비율(PBR)은 6.23배에 달하고 있다. 또 증권가의 올해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PER은 50배에 달한다. PER 50배는 현재 수준의 이익이 계속된다면 50년간 벌어야 원금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호텔신라에 대해 평균 15만원 가까운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다. 창이공항 면세점 사업개시와 함께 중국 관광객 특수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를 반영한 수치다. 내년 예상 실적 기준 PER은 대략 30배 선으로 업종 특성과 글로벌 경쟁업체와 비교시 높은 수치라고는 볼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각종 투자지표가 급격히 올라와 있는 상황을 마냥 무시할 수 만은 없었을 것”이라며 “결국 그간의 상승에 부담을 느낀 일부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