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약 미리 먹은 삼성‥LG는 매출 쏠림에 휘청

김겨레 기자I 2018.07.17 13:46:15

삼성전기·SDI, 스마트폰 의존도 줄이며 실적 호조
MLCC·ESS 투자 확대해 올해 실적개선 견인
LCD·애플에 의존도 큰 LGD·LG이노텍은 ''적자''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삼성그룹과 LG그룹의 전자부품 계열사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2016년까지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올해 들어 전년대비 100% 이상 영업이익을 내고 있으나,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오히려 2분기 적자가 예상된다. 삼성의 전자계열사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체질개선에 성공한 반면, LG쪽은 매출 쏠림 현상을 극복하지 못해서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올 2분기 각각 1783억원, 12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각각 152%, 2189% 확대된 수치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같은 기간 각각 2100억원, 1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할 전망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성장이 정체돼 주요 공급처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아이폰 시리즈의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삼성과 LG 부품사 실적을 가른 것은 ‘사업 다각화’다.

삼성 계열사들은 지난 2016년 가을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2016년 4분기 각각 465억원, 5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후 두 회사는 갤럭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산에 힘썼다. 갤럭시노트7 사태가 일종의 ‘예방주사’가 된 셈이다.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 뿐만 아니라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사업을 확대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모듈사업부 영업이익은 지난 2016년 660억원, 2017년에는 1057억원이었지만, 올해는 263억원(추정치)으로 대폭 줄어든다.

이 공백을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를 담당하는 컴포넌트사업부가 메웠다. 삼성전기의 MLCC사업 영업이익은 2016년 1472억원, 2017년 2672억원에서 올해 8903억원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015년~2016년 MLCC 공장을 증설하는 등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데다 올해 MLCC 공급 부족 현상까지 만나면서 빛을 발했다.

삼성SDI도 주력인 IT(정보기술)용 배터리 외에 ESS(에너지저장장치)와 같은 대형 전지사업에 힘을 쏟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까지 적자였던 삼성SDI의 ESS 영업이익은 지속 상승해 지난 1분기 234억원까지 올랐고, 2분기에는 324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삼성SDI가 올 2분기 깜짝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각각 LCD(액정표시장치)와 애플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업황에 따라 실적도 널을 뛰는 모양새다.

중국발 LCD 공급과잉으로 지난 1분기 적자로 전환한 LG디스플레이는 2분기에도 2000억원대의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LCD에 매출의 90% 가까이 의존하고 있다. OLED 사업은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해, LCD가 유일한 수익원인 셈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와 LCD 매출 비중이 7:3, 영업이익 비중은 2:1 수준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도 LCD 업황이 악화된 데다 스마트폰용 OLED 공급이 축소되면서 올 2분기 1000억원대 영업이익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 역시 주요 공급처인 애플 의존도가 크다는 게 문제다. 애플 아이폰에 독점 공급하는 카메라모듈과 3차원 센싱 모듈 등을 생산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가 LG이노텍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벌어들인다. 지난해 4분기에는 애플 10주년 기념폰 ‘아이폰X’ 출시 효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올 2분기 LG이노텍은 1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오는 하반기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를 앞두고 애플이 아이폰X의 재고 조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LG전자 스마트폰 G7 씽큐에도 부품을 공급했으나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전자부품사의 최대 공급처였던 스마트폰 시장이 앞으로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면서 “매출 비중을 분산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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