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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띤 트럼프, 한미 FTA '돌출 발언' 사라진 이유

최훈길 기자I 2017.11.08 13:00:21

국회 35분 연설서 언급 없어
방한 하루 만에 분위기 반전
"이미 원하는 답 들었기 때문"
한미정상 '신속한 협상' 합의
10일 공청회, 실무협상 불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방한한 미국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을 한 것은 24년 만이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국회에서 연설을 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현안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한국에 왔다며 통상 압박을 예고했던 분위기가 하루 만에 급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리는 군사협력 증진과 공정성 및 호혜의 원칙 하에 양국 통상관계 개선에 생산적 논의를 가졌다”며 전날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관련해 이같이 밝혔을 뿐, 한미 FTA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약 35분간 진행된 연설 대부분은 대북(對北) 관련 내용이었다.

그동안 정부, 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관련 ‘돌출 발언’을 할지 예의주시했다. 앞서 7일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 기지를 찾아 “잠시 후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대표단과 함께 무역에 관한 대단한 회담을 할 것”이라며 “바라건대 그 회의가 잘 풀려서 우리가 미국 내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길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여기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8일 국회에서는 한미 FTA 관련 ‘돌출 발언’은 없었다. 오히려 연설 중에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통상 전문가들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원하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통상연구본부 선임연구원은 “한미 통상문제는 곧바로 개정협상에 들어가기로 이미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했다”며 “원하는 것을 받아낸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는 실무협상이 중요하다고 보고, 국회에서는 상징적인 대북 메시지 중심으로 얘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한미 정상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는 협의를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동맹의 한 축이 경제협력임을 재확인했다”며 “한미 FTA 협의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협정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는 그렇게 좋은 협상이 아니다”며 “(문재인) 대통령께 한국 교역협상단에 우리 측과 긴밀히 협력해 조속히 더 나은 협정을 추구하도록 지시하신 데 사의(謝意)를 표한다”고 답했다.

양국 정상이 ‘신속한 협의’에 합의하면서, 한미 FTA 개정은 빨라질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 검토, 공청회, 국회 보고 등의 국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내적 절차는 11월 중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부는 이번 달에 국회 보고를 완료할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청회가 열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미 FTA 개정 관련 국민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하는 첫 자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 등 추가 개방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농업은 레드라인”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은 절대 안 된다”며 무분별한 통상 개방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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