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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순창군은 지역명 자체가 일종의 브랜드다. 국내 유명 식품기업들이 앞다투어 ‘순창’에 제품명을 붙인 고추장과 된장 등을 선보일만큼 순창은 한국인들에게 ‘장의 고향’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순창에서 나는 고추장과 된장은 진상품으로 뽑힐 정도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순창고추장을 별도의 항목으로 구성해 “고추장의 빛깔이 연홍빛이고 달거나 맵거나 짜지 않으며 산뜻하고 시원하면서도 알싸한 독특한 맛으로 인해 예로부터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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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수질도 영향을 미친다. 철분이 많은 물이 장을 만드는 데 더 적합하다. 순창의 물은 다른 지역보다 철분을 많이 함유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5년 1월부터 전북 순창군 인계면 물통길 내 인계농공단지에서 가동을 시작한 ‘장앤크래프트’의 순창브루어리는 순창 지역의 수제맥주 제조공장이다. 일명 ‘크래프트 비어’로 불리는 수제맥주는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소량으로 생산한 맥주를 의미한다. 와인처럼 만든 이의 장인정신과 비법·취향 등을 반영해 양조장마다 맛·향기·도수가 각기 다른 개성적인 맥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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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순창 지역의 수질도 맥주를 만들기에 적합했다. 차 상무는 “순창의 장맛이 특별한 데에는 기후와 수질 등의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고 이는 수제맥주 제조와도 연관성이 높았다”고 했다. 장앤크래프트의 순창브루어리는 4960㎡(약 1500평)규모로 약 120억원을 투자해 설립했다. 연간 500만ℓ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수제맥주는 ‘과르네리’라는 브랜드로 홈플러스 등에서 판매중이다.
과르네리는 가장 대중적인 필스너를 비롯해 △밀맥주이면서 유산균이 풍부한 헤페바이젠 △흑맥주 스타우트 △쌉쌀한 호프맛의 에일맥주 IPA △부드러운 에일맥주인 레드에일 △독일 뱀버그 지역의 특산맥주인 훈연향의 라우크비어 등 6종을 330ml 병으로 시판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호프집 등 일반음식점에 제공하는 20리터 케그 형태로도 출시한다.
차 상무는 “맥주의 본고장 독일에서 수백년 동안 맥주제조기기를 만들어온 카스파슐츠사로부터 생산설비를 들여왔고 스페셜 몰트로 유명한 독일 바이오만의 맥아로 수제맥주를 생산한다”며 “필터링(유통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영양분을 제거하는 행위)을 거치지 않아 효모가 100%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판중인 국내 수제맥주는 약 100여종이며 수제맥주 시장은 전체 5조원 규모의 전체 맥주시장에서 1~2% 내외로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정부가 동네슈퍼나 편의점에서 수제맥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청와대에서 기업인들과 호프미팅을 하면서 국산 수제맥주로 건배를 해 다시 한번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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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상무는 “국내에서 생산한 수제맥주는 외국에서 들여온 수제맥주보다 신선도 측면에서 더 월등할 수 밖에 없다”며 “맥주 애호가들이 국내 수제맥주들을 많이 사랑해주셔야 보다 신선하고 다양한 맛의 수제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서 즐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