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다리통증 “혈관 검사 해봐야”

이순용 기자I 2017.06.01 13:31:14

디스크와 증상 비슷한 하지동맥폐색증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위험군은 병원에서 꼭 확인해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하반신에 혈액을 공급하는 하지동맥이 막히면 척추질환과 비슷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증상 구분에 주의가 요구된다. 보통 다리가 당기고 걸을 때 다리 뒤쪽으로 통증이 생기면 허리디스크나 척추질환 문제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리를 지나는 주요 혈관인 하지동맥에 동맥경화로 인한 폐색이 나타나면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하지동맥폐색증이라고 하는데, 허리통증으로 여겨져 진단과 치료에 방심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55세 이모 씨는 4년 전부터 다리통증으로 고생이 심했다. 정형외과를 찾았더니 영락없는 ‘척추디스크’ 증상이라 했다. 다리가 터져나갈 것처럼 아파서 걷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50미터를 걷기가 힘들어 걷다 쉬다를 반복했다. 매일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심해져갔다. 통증의 원인은 척추가 아니라 다리혈관 중 하나인 하지동맥 폐색증이었다.

◇척추디스크와 같은 증상, 혈관 아픈 ‘하지동맥 폐색증’ = 인체에서 가장 큰 동맥인 복부대동맥은 배꼽, 허벅지, 무릎 아래를 지나면서 여러 동맥으로 나뉘어 발끝까지 혈액을 전달한다. 하지동맥 폐색증은 동맥경화로 이런 다리 동맥이 막혀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질환을 말한다. 

질병 초기에는 걷거나 달릴 때 다리에 통증이나 경련이 발생하지만 쉬면 증상이 금방 가라앉는다. 병이 많이 진행되면 피부가 차갑고 발가락 색깔이 검게 변한다. 또 발에서 맥박이 약하게 잡히고 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하지동맥폐색증 환자 10년 간 2배 이상 증가 = 하지동맥폐색증 환자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조진현 교수의 국내 하지동맥폐색증 유병률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04년 14,522명이었던 환자가 2013년 32,353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 이후 급격히 늘어 6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 통증 오기까지 시간 일정하면, 하지동맥 의심해야 = 초기 증상은 척추 디스크 질환과 매우 비슷하다. 실제 다리통증으로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혈관의 문제를 알게 되는 환자도 많다.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조진현 교수는 “통증의 형태는 거의 비슷하지만, 통증이 나타나는 양상에 조금 차이가 있다.면서 “하지동맥 폐색증은 앉아있거나 누워있을 때는 느낌이 없다가도 걷기 시작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발생한다. 만약 자세와 상관없이 상시 통증과 당김 증상이 있으면 척추질환을 의심해야 하지만 평소엔 괜찮다가도 보행을 시작하면 통증이 시작된다면 하지동맥폐색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동맥 폐색증의 경우 100m를 걷다가 통증이 생겼다면, 쉬었다가 또 100m에 이르러서야 통증이 생긴다. 매번 비슷하게 100 미터를 걸어야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위험인자 있다면 주의 = 초기에는 항혈소판제, 혈관확장제 등 약물치료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 병원을 찾았을 때는 혈관이 50% 이상 막혀있는 경우가 많다. 보통 통증이 디스크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나 조금 쉬면 통증이 사라져 내버려두기 때문이다. 괴사가 진행된 경우 방치하면 1년 안에 50% 환자가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조진현 교수는 “특히 연령대가 높은 환자 중에는 나이가 들어 생기는 통증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 폐색이 심해져 다리가 괴사되거나 변색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라며, “걸을 때와 걷지 않을 때 발생하는 통증의 양상을 꼭 구분해 필요한 검사를 받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자 등 위험군에 속한다면 더욱 병원을 찾아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발목혈압, 팔혈압 측정으로 진단 가능

진단은 발목과 팔에서 측정한 혈압을 비교하여 쉽게 알 수 있다. 발목 혈압을 팔 혈압으로 나눈 값인 ‘발목-팔 혈압지수’를 계산해 0.9 이하인 경우에 하지동맥 폐색증으로 본다. 이후 초음파와 CT검사를 통해 막힌 정도를 파악해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막힌 부위가 길고, 수술에 따른 위험성이 낮은 경우에는 환자 본인의 정맥이나 인조혈관을 이용해 우회수술을 하게 된다. 하지만 환자의 대부분이 만성질환을 동반하기에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우려된다. 이에 국소 마취 후 풍선확장술(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혀줌)이나 스텐트삽입술(그물망을 넣어 좁아지지 않게 함)을 시행하는데 최근에는 죽종절제술(혈관 내벽을 드릴처럼 깎아 넓힘) 시행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동맥폐색증 연도별, 연령별 환자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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