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전날(2022년 3월 2일) 아니, 그날 밤 TV 토론까지도 안철수 후보의 입장은 ‘단일화란 없다’였다. 권은희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당 내 그 누구도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터였다.
황당한 마음을 가라 앉히고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기다렸다. 허탈한 기자들 사이에서는 ‘장재원 국민의힘 의원이 다리를 놓아서 성사됐다’라는 정도 얘기가 돌았다.
이윽고 보무도 당당하게 윤석열 후보가 들어왔고 안철수 후보가 뒤따라 왔다. 윤 후보의 얼굴에서는 ‘이제는 됐다’라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
이런 예상은 대선 후 인수위 때부터 엇나가기 시작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안 후보의 역할은 인수위원장으로 끝났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내에서 별다른 역할을 맡지 못했다.
그뿐이랴, 그를 따라온 국민의당 의원 2명, 국민의당 당원과 당직자들도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마지막까지 그를 따랐던 권은희 전 의원은 21대 국회 내내 고립된 존재로 있어야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2025년 5월 27일도 3년 전 대선 막바지와 묘하게 비슷해 보인다. 깜깜이 기간(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외면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준석 후보에 당권은 물론 공동정부 제안까지 했다는 설마저 있다. 2022년 3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선언 때와 겹쳐 보인다.
그때와 좀 다른 게 있다면 ‘이준석이 안철수를 학습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2022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후보는 누구보다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던 그마저도 결국은 내쫓김을 당하지 않았던가. 지난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파동에서 볼 수 있었던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함도 지켜봤다.
만약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에 응하지 않는다고 해도 국민의힘 의원들, 특히 윤핵관 지도부는 그에게 돌을 던질 권리는 없다. 조약돌 하나라도 던지고 싶다면 2022년 3월 안철수 앞에서 당당한 이들부터 던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