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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로이터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자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제조 장비를 14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공정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내 공장으로 허가 없이 반출할 수 없도록 하는 새 수출 규정을 다음 달 발표할 방침이다. 14나노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기술이 적용되는 첨단 반도체 장비는 사실상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엄포다. 중국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막으려는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 7월 반도체 장비업체인 KLA,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등 3개사에 14나노 이하급의 반도체 생산용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허가를 받도록 한 바 있다. 개별기업에 대한 통제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산업 전반까지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외신과 업계는 엔비디아의 첨단 그래픽카드(GPU) 역시 중국 내 수출이 막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4나노 공정은 현재 첨단 반도체를 가르는 기준으로 평가한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데 회로 선폭이 미세화할수록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14나노는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가 지난해 14나노 공정 제품 양산에 들어갔고, 최근에는 7나노급 초미세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알려지자 미국이 보다 강한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미국의 조치 강화에 중국에서 대규모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고, 쑤저우에도 테스트·패키징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장쑤성 우시 지역에서 D램 공장을, 랴오닝성 다롄에서 미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내 파운드리 공장이 없는 만큼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수출 통제가 파운드리 공장뿐만 아니라 메모리반도체 공장까지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우시에서 생산하는 D램은 10나노급에 해당한다. 이 경우 첨단 반도체 장비 투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중국 내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경우 15~17나노급 D램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보다 첨단 메모리칩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만 생산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미세 회로 기술보다는 적층 기술이 보다 중요한 상황이라 미국 수출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수출 규제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귀띔했다.
가뜩이나 우리 반도체기업들은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반도체 및 과학법’ 여파의 불확실성에 휩싸인 상황이다. 미국 내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경우 2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과 미국이 정하는 투자 우려 국가에 반도체 제조시설 확충 또는 신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장의 메모리 생산 비중이 30~40%가량 되지만 미국 내 투자를 위해 자칫 중국 시장을 버려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현재 삼성과 SK의 중국 공장이 14나노 공정을 생산하고 있지 않고는 있지만, 첨단 반도체 생산은 앞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며 “미국의 수출 규제 및 반도체 지원법의 세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은 미국의 안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점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