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전세난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호텔과 상가 등을 활용한 임대주택 공급안을 언급했다. 변 후보자는 다세대형이나 호텔, 상가를 리모델링해 공급하는 것은 빠르면 6개월 안에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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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후보자는 18일 진행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난 대책방안으로 다세대형이나 호텔, 상가를 리모델링해 공급하는 것은 빠르면 6개월 안에 가능하다고 봤다.
변 후보자는 “제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역세권이나 공장부지, 저층주거지,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부지들을 집중 활용해 공공전세나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라면서 “이런 주택들은 공급하는 데 오랜 기간 걸리지 않는다. 가령 다세대형이나 호텔, 상가 리모델링은 짧으면 6개월에서 1년에 공급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1~2022년 이미 전세대책에서 발표된 내용 외에 공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물량을 선제로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변 후보자는 이미 발표된 전세대책을 짚으며 정부 정책 기조와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11월 19일 향후 2년간 전국에 공공임대 11만4000가구(수도권 7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2021년 상반기까지 공공임대주택을 중심으로 4만9000가구(수도권 2만4000가구)를 우선 공급하고 2021년 하반기에는 공실 상가나 오피스, 숙박시설 리모델링을 활용해 2만6000가구(수도권 1만9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에서는 대책의 실효성을 놓고 의구심을 제기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변창흠 후보자가 정부와 똑같이 부동산 단기처방만 모색하는 것 같다”면서 “지금 전세난이 왜 일어났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방안을 찾는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전세를 찾는 국민의 눈높이는 호텔방에 있지 않다”면서 “여당과 정부가 주도했던 임대차법의 잘못된 부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공급 숫자만 채우려고 해서는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전세난의 가장 큰 영향으로 새 임대차법에 따른 수급불균형을 지목했다. 한은이 지난달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을 전후해 전세가격 상승폭이 확대된 데 비추어 전세수급의 미스매치(mismatch)가 최근 전세가격 상승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숙박업계 “부지 확보도 안됐는데...헐값 매각은 안돼”
또한 호텔 전세에 대한 부정 여론도 많다. 앞서 정부는 호텔을 활용한 청년 주택 공급 사례를 통해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시는 종로구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해 올해 1월 238가구를 공급했는데, 청약은 흥행했지만 높은 임대료에 당첨자 대다수가 계약을 포기한 바 있다. 당시 이같은 지적에 정부와 서울시는 “베네키아호텔은 공공이 아닌 민간업체가 공급해 임대료가 높았고, 현재는 입주가 완료돼 빈 방이 없는 상태”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재 호텔 공공임대의 경우 부지확보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숙박업계에서는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호텔을 정부가 인수하기엔 자금력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6개월 내 공급이)호텔 부지가 확보됐다면 말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려울 것”이라면서 “현재 소유주와도 이견이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도 많을텐데, 공급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비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공급대책을 위해 호텔의 공공임대 인허가를 최대한 빨리 낼순 있겠지만 문제는 결국 비용”이라면서 “소유주들이 원치 않는 가격에 정부에 땅을 넘기면 헐값 매각 이슈로 과도한 공권력 압박이라는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