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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 안신시 서울예대에서 만난 정홍수(41) 이에스엠랩 대표는 이 학교 방송영상전공 학생들 대상으로 한 4D리플레이 특강에 여념이 없었다. 이에스엠랩은 인텔에 인수된 이스라엘 기업 ‘리플레이테크놀로지’와 더불어 4D리플레이 기술을 보유한 전 세계 2개 업체 중 하나다.
정 대표는 이에스엠랩의 기술이 리플레이테크놀로지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카메라 설치 가능 대수, 영상생성시간, 화질 등 어느 부문을 비교해봐도 경쟁사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스엠랩은 미국 진출을 위해 올 10월 현지 법인을 세웠다. 정 대표 역시 시간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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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으로 셔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등 제품 제조 이후를 확인하던 그는 어느 날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정 대표는 “오류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왜’, ‘어디서’ 생겼는지까지는 알 방법이 없었다”며 “그 때부터 카메라 구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카메라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나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경직된 문화가 주를 이루는 국내 대기업에서 그 꿈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정 대표는 “회사 문화도 입사 초기보다 나아졌지만 새로운 것을 제안하면 ‘하고 있는 거나 잘해라’식의 답이 돌아왔다”며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퇴사를 결정했다”고 회고했다.
함께 일했던 지인 6명과 함께 이에스엠랩을 창업한 정 대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는 “3D TV는 이미 실패한 것 같았다”며 “그다음을 생각하니 4D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2013년 말 이에스엠랩은 초기 4D리플레이 기술 개발을 마쳤다. 이듬해 인천아시안게임 높이뛰기 종목에서 4D리플레이를 처음 선보였다.
현재 4D리플레이는 주로 국내 프로야구, 이따금 예능·교양프로그램에 사용되고 있다. 정 대표는 “이 기술을 사용하면 더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만들 수 있지만 문제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야구에서도 이 기술이 겨우 도입되고 있다”며 “광고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 여타 종목에 방송국이 이 기술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신 정 대표는 세계 최대 스포츠 시장인 미국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는 “국내 중계권 시장은 다 합쳐봐야 500억원 내외인데 미국은 야구만 해도 3조원, 미식축구 같은 경우엔 5조원이나 된다”며 “이들 시장을 노리고 있고 실제로 물밑에서 몇몇 구단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