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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연구비 1억원 유흥주점서 사용..혈세 탕진

장영은 기자I 2014.12.16 16:36:03

감사원, 공공기관 R&D 투자실태 감사결과 공개
법인카드로 유흥비 결제·연구비 횡령 등 부정행위 적발
미래부, 연구비 산정도 주먹구구식..각 기관 R&D 비용 과도하게 부풀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연구소 과장 A씨는 지난해 9월 일반 음식점으로 위장영업하고 있는 유흥주점에서 양주와 안주 90만원어치를 시켜 음주를 즐긴 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연구 관련 업무에 사용해야 하는 법인카드였다.

감사원은 1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공기관 연구·개발(R&D) 투자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세라믹기술원 등 21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했다.

감사결과 공공기관의 연구개발 예산을 개인이 횡령하거나 원래의 목적에 맞지 않게 부당하게 쓰는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예산 관리에 구멍이 뚫리면서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으로 센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수원과 한전원자력연료주식회사 한국전력공사 등 3개 기관 소속 임직원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유흥주점과 노래방에서 512차례에 걸쳐 사용한 유흥비 1억1900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3개 기관 모두 자체 규정에 업무 수행 이외에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국가 R&D 과제를 맡은 대학교수가 실제로 쓰지도 않은 연구원을 허위 등록하는 수법으로 수억원의 인건비를 횡령한 경우도 있었다.

국내 모 대학 B교수는 2010년 5월부터 2013년 1월까지 한수원의 ‘APR1400 인간기계 연계 훈련 및 평가방법 개발’ 과제를 포함한 6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총 18명의 허위 연구원을 등록했다.

B교수는 허위 연구원은 물론 실제 연구에 참여한 인력들의 인건비까지 총 2억3800여만원을 차명계좌 등으로 빼돌려 고급오디오를 구입하거나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한수원을 비롯한 연구용역 발주기관들에게 교수와 소속 대학의 입찰참여를 제한하고 연구비를 회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교육부에는 B교수의 신분상 책임을 묻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공공기관의 R&D 투자규모를 정해 권고하는 제도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부는 공공기관의 R&D 투자 활성화를 위해 매년 투자실적과 경영여건 등을 종합해 각 기관에 특성에 맞는 R&D 투자권고 금액을 산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 기관이 R&D와 무관하게 부풀린 투자계획을 타당성 검토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권고액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부가 아닌 각 기관이 스스로 적정 R&D 투자 금액을 정하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현상이 연출됐다. 지난해 전체 R&D 예산 중 실제 연구개발 투자 금액(6994억5800만원)보다 임의비용(8722억5600만원)이 더 많았다. R&D 투자 실적을 실제보다 과장하려다 보니 나온 결과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지난해 실제 연구개발 수행실적은 204억1200만원이었으나 이 금액의 10배가 넘는 2633억8500만원을 부풀려 2837억9700만원을 연구개발 실적으로 예산에 반영해 보고했다.

또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2012년도 R&D 투자 우수 공공기관으로 선정·포상했으나 실제로는 투자실적보다 각각 9920억원, 458억원이 과다 책정돼 있었다.

이밖에도 감사원은 △연구기획 및 과제 선정 △연구·개발 심의 △연구협약 체결 △연구성과 관리 △연구결과 귀속 및 활용 △연구결과 보상 △제재 조치 등 단계별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체계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공기관 경영 개선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R&D는 외부 통제나 감사를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사각지대”라며 “R&D 분야의 부실, 비효율 요인을 제거해 운영·관리체계 개선을 도모하고자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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