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박스는 케이스노트 인수 이유에 대해 법률 인공지능(AI) 강화를 꼽고 있다. 엘박스에 따르면 엘박스는 법률 전문가가, 케이스노트는 법률 소비자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양사의 데이터가 AI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겠단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엘박스는 지난 2월 판결문에 기반한 법률 전문가를 매칭해주는 ‘엘파인드’를 론칭했는데, 케이스노트의 데이터를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엘박스와 케이스노트의 결합으로 변호사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업계 추산으로 양사를 합친 판결문 검색서비스 시장점유율은 70%가량인데, 사실상 독점에 따른 가격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엘박스와 케이스노트는 변호사들이 가장 많이 쓰는 판결문 검색서비스였는데 둘이 합쳐지면 관련 시장에서 경쟁사가 없어지게 되는 셈으로, 엘박스의 경우 변호사 절반 정도가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며 “사실상 독점이 되는 건데 문제가 없는 인수인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최근 엘박스가 이용요금을 대폭 인상한 점도 변호사 업계의 우려를 더하는 요소다. 엘박스는 이달부터 개인 회원들이 사용하는 스탠다드 요금제를 기존 2만9900원에서 6만9900원으로 약 2.3배 인상했다. 이전과 달리 판결문 외에도 주석서, 실무서, 유권해석, 심결례, 논문 제공 등 부가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엘박스의 설명이다. 또 엘박스는 올해 초 무료 이용자의 경우 사이트 내 모든 판례를 하루 3건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한 혜택도 종료했다. 반면 케이스노트는 지난달 27일부터 ‘케이스노트 프로’ 이용료를 기존 4만2900원에서 2만9700원으로 30% 인하했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양사의 가격 정책이 최근에 달라졌는데, 인수가 논의되고 있을 당시에 내린 결정이라 가격 정책 변동은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케이스노트의 가격 인하로 마치 가격 경쟁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변호사들 대부분은 각종 부가서비스 및 기능을 감안해 엘박스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케이스노트는 보급형으로, 엘박스는 법률 전문가용으로 이원화할 경우 변호사들은 가격 인상에 대응할 수단이 없다”며 “당장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업계 1·2위의 결합이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엘박스 측은 케이스노트 인수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과 서비스 제공은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변하는 건 없다고 해명했다. 엘박스 관계자는 “엘박스와 달리 케이스노트는 최근에 가격 인하를 단행하는 등 양사는 독립적인 경영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두 회사가 노하우를 서로 학습함으로써 두 서비스 모두 지금보다 훨씬 고도화하려는 차원의 인수”라며 “일각의 우려와 달리 인수로 인해 서비스 운영 체계가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