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글로벌 핵심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한 인도를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인도는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으로 등극한 나라로,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세계 주요 전기차 및 반도체 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하는 곳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인도 시장 선점이 필수라는 정의선 회장의 생각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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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2위’ 현대차·기아, 판매 더 늘린다
현대차그룹은 일찌감치 인도를 ‘포스트 차이나’로 여기고 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현대차가 인도시장에 처음 진출한 건 1996년으로 인도 타밀라두 첸나이 지역에 단독법인을 설립하며 사업을 전개했다. 이후 현지에서 생산한 전략형 모델 ‘상트로’가 대박을 치며 인도 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최근에는 뒤늦게 인도 시장에 진출한 기아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시장 확장에 힘을 실었다. 2019년 8월 소형 SUV 셀토스 출시로 인도 공략에 나선 기아의 첫해 판매량은 4만5000대에 그쳤으나 진출 3년 만인 지난해 판매량을 25만1000대까지 늘리는 저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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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판매된 476만대의 신차 중 380만대에 달했던 인도의 승용차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에는 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중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48%의 비중을 차지하고 전기차는 1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강력한 전동화 추진…인도 전기차 시장 잡아라
정 회장이 직접 인도를 방문한 이유는 폭발적 성장성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인도 정부가 빠른 속도로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동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의 발언처럼 현대차그룹이 인도에서 ‘퍼스트 무버’로서의 입지를 미리 다질 기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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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2032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고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27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39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아도 인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먼저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병행한다.
한편 정 회장은 8일 M.K. 스탈린 타밀나두주 수상을 만나 인도 자동차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현대차와 타밀나두주는 지난 5월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부터 10년간 전기차 생태계 조성과 생산설비 현대화 등을 위해 2000억루피(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