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가루쌀 제품개발 팔 걷었지만…식품업계 "쉽지 않다"

남궁민관 기자I 2023.02.06 16:24:01

3일까지였던 가루쌀 가공식품 사업자 모집 2주 연장
정부 간담회 등 소통 나섰지만 식품업계는 '고심'
"수입 밀 대체개념 쉽지 않아…급해선 더 안돼"
정치권 양곡관리법 갈등 맞물리며 "업계에 부담 전가" 볼멘소리도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부가 우리 쌀 소비 촉진을 위해 ‘가루쌀’ 가공식품 활성화에 팔을 걷어부쳤지만 정작 식품업계 반응은 차갑다. 식품업계는 가루쌀의 안정적 수급 방안과 함께 사업성과를 담보할 기본적인 수요 조사도 미비하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선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을 의식한 나머지 점진적으로 시장을 만들어야 할 가루쌀 가공식품 사업을 과속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흘러나온다.

◇결국 가루쌀 제품개발 공고 연장

6일 업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2023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 사업자 모집공고’ 마감 기한을 당초 지난 3일에서 오는 17일로 2주일 연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공모 신청기간은 1월 16일부터 2월 3일까지였으나 해당 기간 설 연휴가 있었다”며 “관련업계에서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17일까지 연장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고는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이행계획의 일환으로 면·빵·과자류 등 15개 제품군의 신제품 개발에 참여할 식품업체를 선정한다. 선정된 식품업체는 1개 제품군당 최대 1억6000만원 국비를 지원한다. 업체별로는 2개 이상 제품군 개발시 3억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연간 수입밀 수요 10%를 가루쌀로 대체해 우리쌀 수요를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식품업계의 분위기는 농식품부의 설명과는 사뭇 다르다.

A사 관계자는 “주요 식품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정부로부터 가루쌀을 제공받아 가공식품 개발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대부분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공고와 관련 여러 업체들이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데일리가 국내 주요 식품업체 10여곳에 이번 공고와 관련된 의견을 확인한 결과 특히 면·제과업체들은 불참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가루쌀의 공급량이 충분치 않을 뿐더러 가격 또한 수입밀 대비 3배 이상 비싸 빵 대비 가격 민감도가 높은 면·제과 원재료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31일 CJ제일제당(097950)농심(004370), 삼양사(145990), 삼양식품(003230), 풀무원(017810) 등 5개 식품회사와 간담회를 여는 등 가루쌀 가공식품 사업 참여를 위한 다각적인 소통에 나선 상황.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도 각 식품업체들은 ‘쌀과 밀의 특성이 달라 가루쌀로 수입밀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설명과 함께 ‘촉박하게 진행돼 시간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가루쌀 산업 활성화 관련 간담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5개 식품업체 관계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식품산업협회)
◇“우리쌀 소비 촉진 취지엔 공감…급해선 안돼”

식품업계는 우리쌀 소비를 촉진하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에는 십분 공감하면서도 이번 사업자 모집과 같은 단기적 방식으론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B사 관계자는 “정부는 기본적으로 수입 밀의 대체재로 가루쌀을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쌀 소비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루쌀로 수입 밀을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뚝딱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C사 관계자도 “식품업체들은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고민과 투자, 그리고 시장에서의 수요를 검증해 제품을 내놓아도 매년 수많은 제품이 단종된다”며 “가루쌀은 이같은 검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데 서둘러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 수 있겠느냐”라고 쓴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일각에선 최근 정치권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갈등과 맞물려 애먼 식품업체들에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불만도 흘러나왔다. D사 관계자는 “비축미 부담이 큰 정부 입장에선 가루쌀 활성화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결국 신제품에 대한 모든 부담과 책임은 각 식품회사의 몫”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정부의 우리쌀 소비 촉진 방안은 식량안보라는 대의적 측면은 물론 최근 수입밀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식품업계에도 대체 원재료 확보 등 측면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보다 중장기적이면서도 세심한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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